[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28·토트넘)은 지난 시즌 한 단계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스피드와 슈팅력이라는 장점에 패스와 연계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더했다. 사실상 완성형 공격수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경기에 출전해 11골-10도움을 올렸다. 만능형 공격수의 상징인 '10-10' 클럽에 가입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EPL에서 '10-10'을 달성한 선수는 손흥민과 케빈 더 브라이너(맨시티), 둘 뿐이었다. 지난 시즌 EPL, FA컵, 유럽챔피언스리그 등 41경기에서 18골-12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 30개 고지를 밟으며 개인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토트넘 올해의 선수, 올해의 골, 어린이팬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 팬클럽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 레전드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 등 5관왕에 올랐다. 16라운드 번리전에서 넣은 '마라도나 빙의골'은 EPL 올해의 골로 선정됐다.
물론 두 번의 퇴장, 장기 부상,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등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손흥민 개인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자타공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맨유, 리버풀 등 빅클럽 러브콜이 이어진 가운데, 손흥민은 다시 한번 토트넘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다. 14일 오전 0시30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에버턴과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새 시즌에 나선다.
토트넘에서 보내는 여섯번째 시즌. 매 시즌 진화하는 손흥민인 만큼 올 시즌 또 한번의 커리어 하이 시즌에 도전한다. 출발부터 인상적이다. 손흥민은 성공적인 프리시즌을 보냈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매 여름 마다 강행군을 펼쳤던 손흥민은 온전히 프리시즌에 집중했다. 지난 시즌 부상과 재활의 여파로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하며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었다. 프리시즌 4경기에 출전해, 4골을 기록했다. 팀내 최다득점이었다. 팀 공격의 중심임을 재확인했다. 비중은 더 커졌다. 행동반경이 더욱 넓어지며 전체적으로 토트넘 공격에 관여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프리시즌 기록한 9골 중 무려 6골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팀 플레이에 주력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 부임 초기에는 사실상 하프 윙으로 뛰었다. 윙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며, 수비 비중이 커졌다. 인터셉트 등 수비 지표가 확 부각됐다. 물론 여전히 좋은 플레이를 펼쳤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손흥민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마무리다. 한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매 시즌 담보할 수 있는 측면 공격수는 그리 많지 않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 부상 후 비로소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이후 토트넘의 에이스 다운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시즌을 통해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에서 케인 못지 않은,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가진 선수로 입지를 분명히 했다.
올 시즌 손흥민의 역할은 '공격'이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할 정도로 손흥민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프리시즌 손흥민은 측면,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어떤 자리에 서든 손흥민의 역할은 지난 시즌과 달리, '골'에 집중될 전망이다. 든든한 아군도 생겼다. 사우스햄턴에서 영입한 에밀 호이비에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로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울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은 호이비에르는 탄탄한 신체조건에 수비력, 여기에 전개력까지 갖춘 미드필더다. 무리뉴 감독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호이비에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으면, 그만큼 손흥민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손흥민은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최다골은 2016~2017시즌 기록한 14골이다. 올 시즌은 이를 뛰어넘어 개인 최다골에 도전할 수 있는 무대다. 상황은 좋다. 일단 올 시즌 초반은 코로나19로 인해 A매치가 없다. 한국을 오가는 스케줄 없이 팀에만 집중할 수 있다. 13일부터 29일까지 16일간 무려 7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9월 스케줄만 부상 없이 잘 넘긴다면, 또 한번의 역사를 쓸 수 있다. 손흥민에게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올 시즌이 그 '픽'이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