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내가 '(전 소속팀)KT 전인데 릴랙스하고 던지라'고 조언해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라울 알칸타라는 올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다. 기량도 뛰어나지만, 동료들과의 화합도 돋보인다. 자신과 팀의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더그아웃 앞에서 흥겹게 어깨춤을 출 정도다.
알칸타라는 8일 KT 위즈 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끝에 시즌 12승(2패)째를 따냈다. 이날 승리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위즈)와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 이상 13승),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 12승)과의 다승왕 경쟁에도 한층 불이 붙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알칸타라는 "좋은 수비를 보여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내 볼넷으로 자초한 위기였다. 만루가 두 번이나 있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알칸타라는 이날 KBO 데뷔 이래 최다 볼넷(4개), 한 이닝 최다 볼넷(3개)를 기록하며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회 2사 만루 때는 김재호, 5회 2사 만루 때는 박건우가 어려운 타구를 잘 처리하며 지원사격했다. 타선도 집중력 있게 점수를 따냈다. 칸타라는 올시즌 19번째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3자책점 이하)와 12승째를 품에 안았다.
알칸타라는 "(전 소속팀)KT 전에 선발로 나오면 항상 이기고 싶다. 그러다보니 내 능력을 넘어서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면서 "오늘 경기 전에 아내가 'KT 전에 릴랙스하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해준 덕분에 마음 편하게 던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내가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예민한 편인데, 아내는 '심판도 사람이다. 일희일비하지말고 당신 공을 던지라'고 얘기하더라"면서 "생각해보면 심판도 9이닝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려니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알칸타라는 "지금 내 선발 기회가 몇번 남았는지 모르겠다. 남은 경기는 다 이기고 싶다. 난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길 원한다"며 다승왕을 향한 솔직한 욕심도 드러냈다.
좋은 수비를 보여준 박건우에 대해서는 "내일 퀘사디아와 커피를 사겠다. (오늘 생일이라는 말에)선물로 내 포옹을 주겠다"고 덧붙여 좌중을 웃겼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