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앞에 서면 '고양이 앞에 쥐'였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개인 통산 두 차례 등판, 2패 평균자책점 8.71를 기록하고 있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8월 24일 양키스에게 홈런 3개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이 1.64에서 2점대로 껑충 뛰었다.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했지만, 양키스 타선을 막지 못하면서 사이영상 수상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시즌이 끝난 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1위(2.32)는 지켜냈다.
2020년 분위기는 바뀌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양키스는 높은 벽이었다. 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버팔로 샬렌필드에서 열린 2020시즌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또 3홈런을 얻어맞았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홈런 3개를 허용한 건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지난해 8월 24일 양키스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류현진은 1회 백투백 홈런을 내줬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루크 보이트에게 기습적인 홈런을 얻어맞았다. 초구 144.7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안쪽으로 찔러넣었는데 보이트가 잘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곧바로 애런 힉스에게도 솔로포를 맞았다. 5구 역시 144.7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높게 가운데로 몰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류현진은 2-2로 팽팽히 맞선 4회 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미겔 안두하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2구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향하는 116km짜리 커브를 던졌는데 안두하가 그대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류현진은 양키스전 통산 성적은 3경기 15⅓이닝 동안 15자책점을 남겨 평균자책점이 8.80이 됐다.
경기 후 현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은 "1회 홈런 2개를 맞으며 볼 배합에 변화를 줬다. 몸쪽 공이 공략 당한 것 같아 바깥쪽 멀리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체인지업도 그렇게 많이 던질 생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 37개(38%), 커브 21개(21%), 직구 19개(19%), 커터 16개(16%), 싱커 5개(5%)를 던졌다.
다행히 류현진은 팀 타선 덕분에 패전을 면했다. 토론토는 2-5로 뒤진 6회 말 10점을 뽑아내 12대7로 역전승했다. 류현진은 "6회 말 우리 타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만루홈런을 친) 대니 잰슨이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한 방을 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은 이번 달에만 양키스를 한 차례 또는 두 차례 더 상대해야 한다. 5선발 로테이션이 유지되면 오는 24일 양키스를 다시 홈에서 만나게 된다. 토론토는 16~18일 양키스 원정 3연전이 예정돼 있고, 22~25일 양키스와 홈 4연전이 계획돼 있다. 류현진의 향후 양키스전 각오는 짧고 굵었다. "다음부터 잘 던지겠습니다."
류현진이 '양키스 포비아'에서 벗어나야 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