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포드와의 친선전 후반 추가시간 선보인 '캡틴' 손흥민(28·토트넘)의 100m 역주행, '골라인 클리어링' 투혼이 축구 팬 사이에 뜨거운 화제다.
6일(한국시각) 프리시즌 왓포드와의 원정 친선전(1대2패)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토트넘 진영 골대를 향해 '빛의 속도'로 역주행했다. 토트넘의 마지막 공격이 불발된 직후였다. 골키퍼인 파울로 가자니아까지 공격에 가담한 직후 토트넘 골대가 텅 빈 상황에서 왓포드의 역습이 시작됐다. 왓포드 수비수 마크 나바로가 작정하고 굴린 슈팅이 골라인을 넘기 일보직전, 100m를 족히 달린 손흥민이 혼신의 질주로 볼을 걷어냈다.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1대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나는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 보여준 모습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골을 넣으려 애썼고, 이어진 상대 역습에서 손흥민은 1대3이 되는 걸 막기 위해 100m를 질주했다"고 극찬했다. 영국 언론과 팬들도 일제히 이 장면에 주목했다. 영국 대중일간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의 '혼신 역주행' 영상과 함께 "손흥민이 왓포드전에서 놀라운 골라인 클리어링을 보여줬다'고 썼다. 경기 후 SNS에서도 팬들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팬들은 정식 경기도 아니고 승점도 없고 이미 패배가 굳어진 상황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손흥민의 플레이에 찬사를 쏟아냈다.
한 팬은 '저 클리어링 하나만으로도 손흥민은 맨 오브 더매치(Man of the Match)'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팬은 '손흥민의 골 클리어링은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승점도 없는 친선전,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역주행하는 선수, 정말 리스펙트한다'고 감동을 전했다
되돌아보면 손흥민의 역주행 스프린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팀플레이어이자 지고는 못사는 손흥민에게 몸에 밴 습관이다. 불과 1년전인 지난해 9월 14일 토트넘과 크리스탈팰리스와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홈경기에서 시즌 1~2호골을 몰아치며 4대0 대승을 이끈 손흥민은 당시 '적장' 로이 호지슨 크리스탈팰리스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전반전 2골 활약도 좋았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경기 마지막 순간이다. 4대0 무실점 승리를 지키고자 역방향으로 스프린팅하고 태클하고 우리의 공격을 저지하더라(It was quite interesting that in the last seconds of the game he was the one sprinting back to try to tackle and stop us scoring at 4-0 up.)"고 했다. 손흥민은 이날 4-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경기 막판 만회골을 노리는 윌프리드 자하를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스프린트하고, 태클까지 시도했다.
지난해 9월 11일 벤투호 캡틴 완장을 차고 나선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손흥민은 두 차례나 몸 던진 태클와 최후방까지 내달리는 '역주행 스프린트'로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역습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패스가 끊어지거나, 실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빛의 속도'로 달려와 수비에 적극 가담하는 헌신적인 모습은 대표팀에서나, 토트넘에서나, 큰경기에서나 작은 경기에서나, 전반 시작 때나 후반 추가시간에나 늘 한결같았다.
4대0으로 완승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무실점을 지키기 위해 뛰었고, 1대2로 패배가 결정된 상황에서도 추가실점을 막기 위해 뛰었다. 손흥민 사전에 작은 경기란 없다. 앞뒤 따지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경기, 모든 순간에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움이야말로 팬들이 손흥민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 프로다움, 그 위닝멘탈리티가 '아시아 최고의 월드클래스 공격수', 오늘의 손흥민을 만들었다.
한편 손흥민의 토트넘은 14일 오전 12시30분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EPL 개막전에서 에버턴과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