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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전 무승부 부산 "승점 1점에 만족" 왜?…'큰 고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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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큰 고비 넘기니 희망 보이네.'

승점 3점이 급한데, 승점 1점에도 만족한다. 너무 소박해서가 아니다. 일단, 시즌 막판 최대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기 때문이다.

5일 FC서울과 K리그1 19라운드를 치른 부산 아이파크가 그렇다. 부산은 이날 1대1로 비기며 승점 20으로 10위를 기록했다. 11위 수원에 승점 3점 차로 쫓기지만 6위 추격 사정권에 든 터라 강등권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

부산 조덕제 감독은 서울전을 마친 뒤 "원정경기에서 승점 1점을 따낸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기 외적인 위기 극복은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2라운드 마감(상·하위 스플릿 결정)이 다가오는 현재 부산에게 이번 서울전은 올 시즌 최대 고비였다. 객관적인 선수 구성, 전력 면에서 열세인데다, 서울은 최근 3연승 상승세였다. 서울이 지난 7월 10일 부산과의 첫 대결에서 0대2로 패했지만 그때 분위기와는 달랐다.

이런 서울을 상대하기에 앞서 부산은 공격 핵심 이정협을 잃었다. 이정협은 지난 18라운드 수원전에서 공중볼 경합 도중 허리 부상을 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상태를 더 지켜봐야 했다.

외국인 공격수 빈치씽코가 사실상 '계륵'인 상태에서 이정협의 이탈은 부산에게 '이보다 더 할수 없는 악재'였다. 게다가 수원과의 18라운드에서 전에 없던 무기력증을 드러내며 1대3으로 대패한 터라 팀 분위기가 더 추락할 우려가 컸다. 하지만 부산은 패배 유력으로 예측됐던 경기에서, 그것도 원정에서 승점 1점의 결과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시즌 초반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처럼 '더이상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는 근성을 되찾았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서울전 고비를 넘기니 희망이 보인다. 인천-강원-전북으로 이어지는 남은 3경기 일정도 해볼 만하다. 부산은 인천, 강원과의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전북에는 패했지만 결코 밀리지 않고 전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경기 내적으로도 긍정 요소가 더 많았다. 전반 24분 선실점은 경기력의 문제라기보다 운이 나빴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측면의 박주영을 향해 기습적인 침투패스가 들어가는 순간 골키퍼의 판단 실수가 있었고 박주영의 문전 패스가 조영욱의 문전 쇄도를 막으려던 도스톤백의 발에 맞고 자책골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부산은 서울의 강한 압박에도 맞불을 놓으며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전반에 44% 대 56%로 뒤졌던 볼 점유율은, 후반에 57% 대 43%로 되레 압도했다. 용병술도 적중했다. 이정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 현이 시즌 첫 선발로 나섰지만 결실은 없었다. 공격을 강화해야 하는 후반 37분 조 감독은 박종우를 빼는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현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성남에서 이적한 뒤 부상에 시달리다가 시즌 첫 출전이었다. 빈치씽코가 벤치 대기 중인 마당에 모험같은 기용이었지만 김정현은 39분 코너킥 세트피스에 가담해 극적인 헤더골을 터뜨렸다.

조 감독은 "김정현은 터프한 선수다.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는데 잘 따라줬다"면서 "서울이 18라운드 울산전에서 노출한 세트피스 약점을 분석하고 맞춤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훈련에서 가르친 대로 똘똘하게 따라주고, 이정협의 공백 위기도 무사히 넘기고, 남은 일정에 대한 자신감도 고조됐다. 한 경기 비겼을 뿐인데,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1부리그 승격팀 부산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