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문영 기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만년 우승 후보 두산이 올해는 예전 같지 않다. 팀의 주축인 선발진과 포수진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한 총체적 난국이다. 두산은 알칸타라-플렉센 외국인 듀오에 이영하, 이용찬, 유희관까지 탄탄한 선발진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중 지금 선발 자리를 지키는 투수는 알칸타라와 유희관 뿐이다.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플렉센은 잇따른 부상으로 마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방은 부상에서 돌아온 포수 박세혁이 지키고 있지만 백업 포수 장승현과 베테랑 정상호까지 이탈해 신예 최용제 홀로 박세혁의 뒤를 받치고 있다. 설상 가상으로 두산의 필승조를 맡고 있었던 박치국 마져 5일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런 와중에 두산의 '단단한 잇몸' 최원준이 팀에 큰 희망을 안겼다. 최원준은 9일 SK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출장해 인생투를 펼치며 팀 5대1 승리를 이끌었다.프로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최원준은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인 8이닝을 소화하며 4피안타(1홈런), 5탈삼진, 1실점으로 완벽투 뿌렸다. 96구 가운데 56구를 직구 던지면서 최고 구속 144km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는 두산이 3일과 4일, 삼성에 23실점 하며 '2패'를 한 뒤라 더 값졌다. 최원준은 2019년 7월 7일 SK전부터 이어진 '10연승' 타이틀까지 덤으로 챙겼다.
경기 초반은 최원준과 이건욱의 투수전으로 펼쳐졌다. 이건욱은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최원준은 4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SK 타선을 봉쇄했다. 그러나 이건욱이 4회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분위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건욱은 페르난데스를 삼진으로 막았지만, 오재일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했고 김재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박건우가 3루로 진루해 2사 1, 3루가 됐다. 이어 최주환이 좌전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았다. 이날 양팀 타선에서 나온 첫 안타였다. 이후 두산은 5회말 대량 득점을 얻는 데 성공했다. 1사 1,2루에서 박건우가 볼넷을 골라내 만루 찬스로 연결한 뒤 페르난데스가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후 이건욱의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타 오재일이 볼넷을 골라내 3-1로 달아났다. 이후, 김재환의 땅볼 때 3루 주자 박건우가 홈을 밟았다. 두산은 최주환과 허경민의 연속 볼넷으로 점수를 보탰다. 5-1 넉넉한 리드로 부담을 던 최원준이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9회에는 최근 마무리로 변신한 이영하가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태형 감독이 그렸던 '잇몸 야구'의 바람직한 완성이었다.부상 병동인 두산은 최근 투수진 보직교환 이라는 극약 처방을 했다. 마무리 함덕주가 선발로, 선발이었던 이영하가 뒷문으로 이동 했다. 함덕주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두면서 뒷문을 책임져 왔다. 이영하는 지난해 17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영하는 올해 선발로 나섰던 19경기에서 3승8패로 고전하고 있었다. 함덕주도 29경기서 10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확실한 클로저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영하는 3일 삼성전에서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마무리로서안정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선발 자원 함덕주는 6일 SK전에서 드디어 첫 시험대에 오른다. 두산의 가을 야구는 '선발투수' 함덕주와 '마무리 투수' 이영하의 연착륙에 달렸다. deer@sportschosun.com /20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