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패배한 것보다 더 아프다."
부산 아이파크 구단은 29일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18라운드가 끝난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패배보다 아픈 이정협의 불운 때문이다. 부산은 지난 17라운드 포항전(2대1 승)에서 5경기(2무3패)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고 상승세를 노릴 참이었다. 객관적 전력상 훨씬 까다로운 포항을 넘었으니 올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헤맨 수원을 상대하는 건 해볼 만했다.
여기에 팀의 에이스인 이정협이 결혼식(8월 16일)을 가진 이후 첫 출전이었던 포항전에서 50일 만에 득점포(1골-1도움)를 가동하면서 분위기를 탄 상태였다.
하지만 호사다마일까. 이정협이 수원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고 '팀' 부산도 이정협의 공백에 주춤하고 말았다. 이정협은 전반 43분 민상기와 공중볼 경쟁을 하던 중 허리에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허리 부상 고통을 참으며 전반을 마쳤지만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빈치씽코와 교체됐다.
이날 이정협은 전반 2분 선제골이자,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팀의 리드를 이끈 상태였다. 부산의 '아픔'은 이정협의 '부상 아웃'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게 더 문제다.
부산 공격을 주도하던 이정협이 빠지자 부산은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후반 19분 김민우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내리 3골을 내주며 1대3으로 역전패했다. 수원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났다. 전반에 유효슈팅 없이 슈팅수 6개를 기록했던 수원은 후반 들어서만 유효슈팅 7개 포함, 13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부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부산 구단은 "이정협의 부상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다음 경기에 출전 가능할지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지난 겨울 스포츠탈장 부상으로 인해 팀 동계훈련에 늦게 합류했고, 리그 2라운드가 돼서야 교체 출전으로 적응기간을 거쳐왔다.
부상의 악몽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하고, 결혼 후 심리적 안정감도 완성되는가 싶었는데 불의의 부상에 또 발목을 잡힌 것이다. 부산 전력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다. 부산은 외국인 공격수로는 사실상 호물로 1명으로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빈치씽코는 기대 이하여서 여전히 교체 멤버로 기용되고 있고, 헤이스는 기량 미달로 여름 이적시장에서 방출됐다. 마땅히 최전방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이정협으로 근근이 버텨온 것이다.
특히 이정협은 '몰아치기'에 일가견이 있던 터라 팀으로서는 더 뼈아프다. 이정협은 이번에 연속골을 터뜨린 것과 마찬가지로 2017, 2019시즌(2018년은 일본 J리그 임대)에도 집중력을 돋보였다. 2017년에는 개막전 골을 시작으로 7경기 연속골의 기염을 토하며 A대표팀에 재승선했다. 7경기 연속골은 개인 생애 최다 기록. 2019년엔 4∼5월 40일 사이에 7경기 7골을, 6∼7월 19일 동안에는 4경기 4골을 몰아쳤다.
올시즌에도 지난 5월 24일 울산전에서 부상 복귀 2경기 만에 시즌 첫골을 넣은 것을 포함해 5경기 동안 3골을 몰아 넣기도 했다.
그랬던 이정협이 쓰러졌으니 상위그룹을 목표로 삼았던 부산의 시즌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구단은 "지난 16라운드 성남전 무승부로 선수단 사기를 되살렸는데 예상치 못한 덫에 걸린 형국이다. 이정협의 부상 이탈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같다"며 "그동안 이정협은 부상 극복을 잘해왔기에 다시 한 번 믿는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