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상주 상무는 '공격수 사관학교'다.
미완의 대기들이 상주만 가면 터진다. 눈여겨 볼 것은 유독 공격수들이 많다는 점이다. 2011년 공격수로 변신해 득점왕 경쟁에 나섰던 김정우를 시작으로 매 시즌 이른바 '포텐'을 터뜨린 공격수들이 나왔다. 박기동 박준태 주민규 박용지 김건희 등에 이어 올 시즌에는 강상우가 그랬다. 포항에서 풀백을 주로 봤던 강상우는 상주 입대 후 윙어로 변신했고, 올 시즌 토종 가운데 가장 많은 7골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소속팀에서 외국인 선수에 밀려 기회를 얻지 못하던 이들 토종 공격수들은 상주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군팀이라는 특성상 훈련에 집중할 수 있고, 부담감도 아무래도 소속팀보다는 덜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군무원' 김태완 감독을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상주는 또 한명의 스타 공격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수원 삼성 소속으로 만 19세에 입대를 택한 오현규가 주인공이다.
오현규는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3일 전북과의 상주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오현규는 30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2경기 연속골을 성공시켰다. 시즌 초 교통사고에도 불구하고 팀 사정상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체력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오세훈을 대신해 기회를 얻은 오현규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가진 것이 많은 선수다. 잘 키우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현규는 지난 시즌 고등학생 신분으로 수원과 준프로계약에 성공했다. 슈퍼매치에 선발로 나서는 등 K리그 11경기에 출전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타가트에 밀려 많은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오현규는 승부수를 띄웠다. 빠른 입대로 기회를 모색했다. 상주 역시 올 시즌부터 타 팀과 마찬가지로 22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룰 적용을 받는다. 오현규는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작년에 건희형도 잘했고, 좋은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두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하던 오현규는 기회를 받았고, 그 기회에 완벽히 부응하고 있다. 역시 비결은 '행복축구'였다. 그는 "작년에 수원에서 뛸때는 더 잘해야 한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하지만 여기서는 부담감 없이 한다. 형들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좋은 선수들이 서포팅을 잘해주고 있다. 나는 숟가락만 얹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다. 훈련하면서 이 악물고 한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오현규는 상주에 있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수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천전 골 역시 수원을 위해서 였다. 오현규는 "수원이 인천의 추격을 받고 있기에 내가 여기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려운 시기에 같이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내 마음 속에는 항상 수원이 있다"고 했다.
오현규의 가세로 상주는 공격진에 더 많은 옵션이 생겼다. 문선민이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중심으로 오세훈 정재희 송승민 등이 있는 상주는 오현규까지 등장하며 3위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오현규는 "공격수라면 매 경기 골을 넣어야 한다. 남은 경기에 뛸 수 있다면 계속 팀에 도움이 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