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심창민이 삼성의 새로운 승리공식을 제시했다.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 키움 경기에서 삼성 심창민이 짜릿한 복귀전 구원승을 거뒀다.
삼성이 3-4로 따라붙은 8회말, 심창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27일 상무에서 제대한 예비역에게 딱 어울리는 복귀 타이밍이었다. 1-2점차 리드를 지켜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도 아니면서 승부욕은 활활 타오르는 추격 상황이다.
삼성이 1-4로 뒤지던 8회초. 이원석이 키움 이영준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치며 3-4로 따라붙었다. 키움 선발투수 한현희에게 7이닝 동안 1점밖에 뽑지 못했던 삼성 타선이 키움 불펜진을 상대로 힘을 냈다.
최근 키움전 5연패 중인 삼성으로선 당연히 총력전이다. 3번 이정후부터 시작되는 8회말 키움 중심타선을 앞에두고 심창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701일 만의 1군무대였다. 첫 투구는 몸쪽으로 빠지는 볼. 하지만 이후 3개의 투구는 이정후가 커트해내기 바빴다. 5구째 투구에 배트를 갖다 댔지만 타구는 힘없는 라인드라이브로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러셀을 3구째 3루수 땅볼로 잡은 심창민은 허정협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세 타자를 모두 내야땅볼로 막아냈다. 키움 중심타선을 상대로 성공적인 투구를 마친 심창민에게 타자들이 전역 선물을 줄 차례가 왔다.
9회초 무사, 재간둥이 김지찬이 키움 마무리 조상우를 상대로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박계범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박해민이 조상우의 초구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 모서리로 날아가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4-4 동점. 조상우의 시즌 첫 블론세이브다.
다음타자는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상수. 2구째 공을 결대로 밀어친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졌고 박해민은 거침없이 홈으로 달렸다. 기막힌 슬라이딩으로 포수 미트를 피해 홈베이스를 터치한 박해민은 역전의 짜릿함을 화끈한 세리머니로 표현했다.
2012년 심창민이 프로 2년차로 삼성왕조의 철벽 불펜진에 합류했을 때 오승환은 끝판대장이었다. 심창민은 주로 안지만과 오승환에 앞선 7회 불펜투수로 등판했다. 2013년 우승 후 오승환은 해외로 진출했다.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일본과 미국을 순회하고 돌아온 39세의 노장과 군 복무를 마친 28세의 예비역이 새로운 승리공식을 만들어 낼 순간이 왔다.
타자들이 '뚝딱뚝딱' 만들어낸 구원승 선물을 배달사고 없이 잘 전달하기 위해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심창민의 복귀와 호투에 힘을 얻은 오승환도 회춘했다. 예전의 구위를 떠올리게 했다. 전병우, 김웅빈, 김혜성을 상대로 깔끔하게 삼자 범퇴. 7년만에 만난 심창민에게 오승환은 변함없는 '끝판대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짜릿한 역전승일 뿐만 아니라 키움전 5연패에서 탈출하는 의미있는 승리였다. 복귀전 승리를 거둔 심창민은 2018년 7월 21일 대구 한화전 이후 77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심창민의 합류로 삼성 불펜진이 큰 힘을 얻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