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10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배구여제' 김연경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생각보다 몸 상태가 빠르게 올라와 한국배구연맹(KOVO) 컵 대회 개막전에 선발로 출전했지만, 100% 몸 상태가 아닌 점을 감안해 출전시간을 조절했다.
김연경은 3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2020년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개막전에서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 각각 1개씩 포함해 7득점을 기록, 팀의 세트스코어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지만, '배구여제'는 '배구여제'였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에도 전위와 후위에서 제 몫을 다했다. 첫 공격은 1세트 0-0인 상황에서 나왔다. 그러나 왼쪽 측면에서 오픈 공격을 때렸는데 현대건설 레프트 고예림이 디그로 걷어올렸다. 그러나 곧바로 10년 만에 첫 득점을 올렸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켰다.
김연경이 전위에 있을 때는 센터 김세영과 함께 가공할 만한 높이를 구축했다. 1세트 16-13으로 앞선 상황에선 상대의 다소 긴 리시브를 세터 이나연이 이단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김연경이 큰 키로 막아내기도.
2세트에선 첫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7-10으로 뒤진 상황에서 시도한 플로트 서브가 상대 리베로 김주하를 뚫고 서브 라인에 떨어졌다. 특히 김연경의 가치는 2세트 후반에 폭발했다. 18-12로 앞선 상황에서 메가 랠리가 펼쳐졌는데 김연경이 후위에서 결정적 디그로 득점을 따내는데 견인했다.
김연경 한 명으로 흥국생명의 모든 선수가 살아났다. 주포 이재영은 상대적으로 견제를 덜 받으면서 이날 19득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 감독은 "시즌도 중요하지만 컵 대회는 모든 선수들이 출전해 예전에 비해 비중이 높아졌다. 시즌의 시작이다. 부족한 건 보완하고, 좋은 건 더 더 정확하게 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강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의 경기력에 대해선 "본인이 하려면 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게 점수를 나눠준 것 같다. 지금은 100% 힘을 쓸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준비가 덜 돼 있어서 차근차근 적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경이는 득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루시아 등 옆에 있는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효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FA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세터 이다영과 공격수들의 호흡에 대한 질문에는 "훈련도 하지만, 본인들이 얘기를 많이 하면서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정확한 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이다영의 점유율 분배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박 감독은 "점유율 자체를 나누는 것이 점유율이 아니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경기운영이다. 보기 좋게 나누는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잘라 말했다. 제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