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9일 고척 키움전. 3-4로 뒤진 9회초 삼성 선두 타자 김지찬이 타석에 섰다.
마운드 위에는 국내 최고 마무리 조상우. 키 23cm, 몸무게 33kg 차인 두 선수.
높은 마운드 위, 최고 마무리의 당당한 카리스마까지 더해져 조상우는 상대적으로 더 커보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연상되는 순간.
하지만 김지찬의 눈빛에서 주눅 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풀카운트 7구 승부 끝에 조상우의 147㎞ 빠른 공을 당겨 우전 안타를 날렸다. 조상우가 하늘을 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던 순간.
1점 차 세이브 상황에서 선두 타자의 출루 여부는 절대적이다. 발 빠른 김지찬의 출루와 함께 키움 벤치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계범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에서 박해민의 동점 적시 2루타가 터졌다. 김상수의 역전타가 이어졌다. 삼성의 5대4 짜릿한 역전승.
조상우에게는 시즌 첫 블론세이브였다. 덕아웃으로 물러나 앉은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복기하면 김지찬과의 첫 타자 승부에서 갈린 승부였다. 어쩌면 김지찬을 선두 타자로 만난 것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김지찬은 조상우 킬러다. 올 시즌 4타수3안타(0.750), 볼넷 1개. 5타석에서 무려 4타석 출루에 성공했다.
조상우는 신인타자임을 감안해 체인지업과 포크볼 등 변화구 3개를 섞으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하지만 김지찬은 볼은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는 커트하며 조상우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최근 140㎞대 중후반으로 떨어진 패스트볼 구위로 김지찬의 짧게 잡은 간결한 스윙을 이겨낼 수 없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린 날. 자칫 연패가 길어질 뻔 했던 삼성은 분위기 반전과 함께 희망을 연장했다.
선두 탈환을 눈 앞에 뒀던 키움으로선 마무리 조상우의 첫 실패라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승부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