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세터 출신이다. 그리고 1996년부터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좋은 세터들을 많이 지도했다.
2020년 산틸리 감독은 '국보급 세터' 한선수를 만났다. 산틸리 감독은 한선수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산틸리 감독은 "한선수는 '마스터 키(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같다. 운이 좋게도 한선수가 대한항공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 팀에 진정한 리더다. 한선수의 존재가 대한항공의 강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1985년생인 한선수는 올해 서른 다섯이지만, 여전히 기량 면에서 V리그 톱 클래스 세터다. 공격수들의 컨디션까지 고려해 토스의 높낮이를 맞출 정도로 정교하다. 여기에 날카로운 서브와 블로킹 능력까지 갖췄다. 산틸리 감독이 한국에 와서 느낀 '스피드 배구'가 한선수의 지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한국배구는 유럽배구 스타일과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 신체조건이 다르고 빠르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기술이 좋다. 이런 것들이 빠른 경기를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대신 위험부담은 안고 있다. 때때로는 범실이 많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현역 시절 명품 세터였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도 "한선수가 버티는 대한항공이 공장 기술에서 한 수 위였다. 나도 그걸 느낀 경기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산틸리 감독이 한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건 '프로'다운 자세 때문이다. 한선수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컵 대회를 통해 폭풍성장한 임동혁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임동혁은 "선수 형은 평소 장난도 많이 치시지만 훈련에 돌입하면 웃음기가 사라지신다. 그리고 분위기가 흐트러질 때 다잡아주시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호흡이 안맞을 때는 선수 형이 먼저 오셔서 물어보시는데 내가 다 맞춰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해달라고 할 수 있는 선배가 아니다. 무조건 내가 맞춰서 때려야 한다"며 웃었다. 제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