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마침내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깨어났다.
인천은 22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7라운드에서 후반 24분 터진 '시우타임' 송시우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이겼다. 인천(승점 11)은 단두대매치로 불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며, 11위 수원(승점 14)과의 승점차를 3점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올 시즌은 힘들겠지' 했던 잔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남은 경기는 10경기. 인천 입장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잠자던 인천의 잔류본능을 깨운 것은, 조성환 신임 감독이다. 조 감독은 7일 인천의 11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인천은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였다. 리그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프런트 내 내부 갈등까지 이어졌다. 두번이나 감독을 내정하고도 계약까지 이르지 못하는 모습은 인천의 현 주소를 보여준 단면이었다. 가뜩이나 단축된 시즌, '매시즌 이어온 인천의 잔류 드라마는 여기가 끝' 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조 감독이 부임 후 첫 경기였던 9일 성남전(0대2 패)에서 패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 16일 까다로운 대구 원정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감격의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기세가 오른 인천은 잔류 경쟁의 키를 쥐고 있던 수원전에서도 웃으며, 2연승에 성공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잔류왕이라는 명성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감독은 동기부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제주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며, 준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등을 이뤄낸 바 있다. 인천에 합류한 조 감독은 팀 분위기에 놀랐다.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실망했다. 조 감독은 이것부터 바꿔나갔다. 그는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그동안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99%를 쏟아부었다고 해도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1%다. 이를 다 하지 않았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당장 강등과 잔류의 기로에 있었지만, 오히려 더 멀게 보기로 했다. 조 감독은 "당장의 싸움에 집중했기 때문에 인천이 매년 강등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조 감독은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4가지 원칙을 세웠다. 조 감독은 "부임 하며 원팀, 기본, 소통, 경쟁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다. '원팀'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고, 생활이나 훈련, 경기에서 '기본'을 철저히 지키자고 했다. 팀이 안될 때 외부에서 요인을 찾고, 남탓을 하는 대신 '소통'을 통해 내부 힘으로 극복을 노렸고, 잘 준비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경쟁'을 유도했다.
조 감독은 "프로 다운 분위기가 완벽히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행히 결과로 이어지니까 선수들도 믿고 따라오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당장 강등, 잔류가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부분을 봐야 한다. 우리 스스로 준비가 되면 당연히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당장 경기에서는 결과를 쫓지만, 준비에서는 과정을 놓치지 않는 인천, 그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때 잔류의 기적이 나오는 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