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타율 1할8푼5리(81타수 1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10, 올시즌 한화 이글스의 주자 만루시 기록이다.
올시즌 한화는 총 100회의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키움 히어로즈(124회), 두산 베어스(111회), KIA 타이거즈(104회)에 이어 4위다.
하지만 타점은 50점으로 최하위. 밀어내기(볼넷 14, 몸에맞는볼 1)로만 15점을 올리며 키움과 함께 이 부문 전체 1위다. 희생플라이는 4번 있었다. 반면 안타 15개로 31점에 그쳤다. 장타는 2루타 2개 뿐이었다. 한화의 OPS 0.510은 같은 상황에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장타율(0.659, 0.55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1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 전은 한화 타선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비틀거리던 SK 박종훈에게 시즌 7승을 안겨주며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다. 3번의 만루 찬스에서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박종훈은 2017년 4월 16일 이후 한화전 무패, 13연승을 기록 중이던 자타공인 '한화 킬러'다. 이날 한화는 박종훈과의 악연을 끊기 위해 좌타자만 8명을 배치하는 초강수로 임했다. 언더핸드 투수에 약한 최진행은 벤치로 돌렸다.
승부수가 주효했는지, 박종훈의 제구는 초반부터 크게 흔들렸다. 한화는 1회 이용규의 2루타와 정진호의 볼넷, 하주석의 적시 2루타를 묶어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불안감은 이때부터였다. 1사 2, 3루의 찬스가 이어졌지만 강경학과 최인호가 잇따라 삼진으로 물러났다.
2회에는 박종훈이 극심한 난조에 빠졌다. 1사 후 정기훈과 최재훈에게 모두 몸에 맞는 볼을 던졌고, 이용규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 만루가 됐다. 이어진 노수광의 1루 땅볼 때 SK 1루수 제이미 로맥과 박종훈의 사인이 맞지 않는 행운까지 겹쳤다. 박종훈은 홈송구를 예상해 1루 베이스 커버를 가지 않았지만, 로맥은 박종훈에게 토스할 요량이었던 것. 로맥이 뒤늦게 1루로 뛰어갔지만, 빠른 발을 지닌 노수광이 먼저였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 정진호와 하주석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화는 4회 다시 기회를 잡았다. 정기훈이 볼넷을 얻었고, 최재훈이 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여기서 이용규가 적시타를 때리며 한 점차로 따라붙었고, 무사 1, 2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이어진 노수광의 번트 때 또다시 SK 내야진의 실수가 나왔다. 박종훈과 로맥이 타자를 압박하는 사이 2루수 최준우의 1루 커버가 이뤄지지 않은 것. 노수광은 2타석 연속 쑥스러운 내야안타를 기록했고, 무사 만루가 됐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정진호는 1루 땅볼로 물러났고, 하주석의 날카로운 타구는 유격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강경학은 삼진. 또 한번의 찬스를 허공에 날렸다. 그 사이 SK는 3회 한동민의 역전 투런포, 4회 로맥의 3점포 등을 묶어 9-3으로 앞서나갔다.
한화에겐 한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 7회 SK의 3번째 투수 김정빈이 볼 8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노시환 송광민이 출루, 무사 1, 2루 기회를 잡은 것. 다음 투수 정영일은 2사 후 이해창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2사 만루가 됐다. 하지만 이용규도 만루에선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박종훈은 한화전 14연승을 이어가게 됐다.
올시즌 한화 타자들 중 만루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준 선수는 정은원이다. 9번의 타석에서 안타 2개, 볼넷 3개, 희생플라이 1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은원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이날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그외 송광민(3타수 2안타) 이성열(5타수 2안타 1볼넷) 하주석(11타수 3안타 1볼넷) 등이 그나마 준수한 성적을 냈다. 정진호는 이날 두 번의 만루 찬스를 모두 놓치며 8타수 무안타가 됐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