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신인 때 당번이었다."
'화이트보드 담당'으로 깜짝 변신한 안혜지(23·부산 BNK)가 그 비결을 밝혔다.
안혜지가 속한 부산 BNK는 16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0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에 참가했다. 하지만 안혜지는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이번 대회 WKBL 구단에 한해 팀별로 만 30세 이상 선수 3명을 제외하기로 했다. 유망주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선수 전원이 20대인 BNK는 어떨까.
BNK는 안혜지를 포함해 구 슬 노현지를 제외한 채 경기에 나섰다. 에이스 대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한 것. 지난 2015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안혜지는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평균 37분16초를 뛰며 10.3점-7.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안혜지는 최고 연봉(3억원) 대우로 BNK에 남았다. 그의 이름 앞에는 '연봉퀸' 타이틀이 붙었다.
코트 대신 벤치. 그러나 안혜지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응원은 물론이고 '화이트보드 담당'이란 중책을 맡았기 때문. 그는 작전타임 때 코치가 화이트보드에 적는 것을 재빠르게 지워 새 페이지를 확보한다.
손놀림이 날렵하다. 안혜지는 "신인 때 화이트보드 당번이었다. 이제는 몇 년 전 얘기지만, 그때의 행동이 몸에 남아있는 것 같다. 화이트보드를 언제 들고, 언제 지워야 하는지 그 타이밍을 기억한다"며 웃었다.
그는 "뛰지 않으니 이상하다. 하지만 동료들과 다 함께 응원하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농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슛을 놓치거나 했을 때 오히려 더 힘을 넣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BNK는 18일 열린 청주 KB스타즈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83대72로 승리했다. 이로써 BNK는 A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안혜지는 동료들을 응원하며 마지막까지 힘을 불어넣는다.
청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