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누구는 포효하고, 누구는 근처에 있는 동료를 와락 껴안고, 누구는 기도를 올렸다. 일부 선수들은 기뻐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는 듯,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 정도로 1승이 간절했다.
인천은 1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6라운드에서 무고사의 선제결승골로 1대0 승리하기까지 꼬박 100일을 기다렸다.
15경기 5무 10패의 성적으로 '1약', 즉 강등 1순위로 평가받은 인천은 임완섭-임중용(대행)을 거쳐 시즌 3번째 감독인 조성환 감독 체제에 들어서야 그토록 원하던 승리를 맛봤다.
100일을 헤맨 팀에게 승리가 뚝딱 찾아올 리 만무하다. 대팍에서의 90분도 순탄치 않았다.
인천은 대구전을 앞두고 미드필더 마하지가 시즌아웃에 준하는 종아리 파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경기 중에는 시작 60분도 지나지 않아 미드필더 임은수, 측면 공격수 이준석, 수비수 김연수가 차례로 부상 아웃됐다.
관중 2999명이 들어차 제법 홈구장 분위기를 낸 '대팍'에서, 세징야가 부상에서 복귀해 선발로 나선 한 수 위 대구를 상대하는 날에 부상 변수까지 발생한 것이다.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댈 핑곗거리는 널려 있었다.
하지만 인천은 이날만큼은 핑계 뒤에 숨지 않았다. 연이은 부상으로 무너진 플랜, 그에 따른 선수들의 체력 소진을 정신력과 투쟁심으로 극복했다. 인천팬들이 원하던 모습이었다. 조성환 감독도 "오늘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내용이 아니라 승점 3점이었다"고 말했다.
전반 29분 이준석과의 콤비 플레이로 무고사가 선제골을 낚았다. 그 이후 인천의 컨셉은 확실했다. '무실점 지키기'. 대구가 쏘아올린 28개의 슈팅 중 대부분은 인천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그중 7개는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이 유효슛은 놀랍게도 골키퍼 이태희에게 모조리 막혔다. 부상으로 이날 시즌 첫 경기에 나선 이태희가 승리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셈이다.
조 감독은 "이태희가 부상 여파로 본 훈련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봤다. 하지만 골키퍼 코치의 선택을 존중했다. 재활 과정을 철저하게 따라준 것이 고맙다"고 칭찬했다.
이태희는 "잘하려고 하기보단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세징야와의 일대일 슈팅을 막은 것보다 정승원의 중거리 슈팅을 막았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 팀이 주저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선방했기에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뛴 경기에 팀도 승리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조 감독이 "900분 같았다"고 표현한 90분과 이태희가 "20분은 된 것 같았다"고 말한 추가시간 6분이 모두 흘러 경기는 그대로 인천의 1대0 승리로 끝났다. 조 감독은 "오늘 승리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인천은 대구전 깜짝 승리로 잔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인천의 '잔류왕 DNA'를 익히 알고 있을 하위권 팀들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특히 11위 수원 삼성은 승점차가 6점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다음 주말 인천 원정을 떠난다. 대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