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주장 박해민의 호수비. 워낙 잦아 식상할 정도다.
하지만 14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늘 보던 장면과는 사뭇 다른 호수비를 보여줬다.
4-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하주석이 친 타구가 센터 쪽으로 높게 떴다.
빠르게 달려나오던 박해민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어스름 하던 초저녁. 달려오던 박해민이 양 손을 벌렸다. 공이 안보인다는 제스처. 또 한번 양 손을 벌리며 아직도 못 찾았다는 사인을 급히 보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뒤늦게 공을 발견한 박해민은 곡예를 하듯 뒤로 물러서며 가까스로 글러브에 공을 넣었다.
거의 낙구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보이지 않던 공. 박해민은 과연 어떻게 이 공을 잡아냈을까.
경기 후 박해민에게서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타구가) 잘 안보이는 시간대여서 대비를 하긴 했어요. 그런데 정말 아예 안보이더라고요. 사실 아예 안보이는 타구는 많지 않은데…. 타구음과 헌곤이 형의 콜을 듣고 여기쯤 떨어지겠다 하는 근사치를 예상해 달려갔어요. 마지막 순간 공이 보이더라고요. 헌곤이 형의 도움도 있었고, 판단했던 게 맞아 떨어져서 운 좋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동물적 감각이 빚어낸 예술적 장면이었다.
실제 박해민의 수비는 본능적이다. 타구음만 듣고도 딱 하는 순간 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첫 발을 언제, 어디로 떼느냐에 따라 안타냐, 아웃이냐가 갈리는 외야 수비. 박해민은 동물적 감각이 돋보이는 KBO 리그 최고 외야수 중 하나다.
박해민의 수비 가치는 외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간혹 커버하고 있는 1루수 수비도 만점이다. 외야수비와는 질적으로 다른 타구가 날아오지만 몸을 날려 척척 막아낸다.
"빠른 타구가 무섭긴 한데요. 그래도 반응은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기존 1루수에게 민폐 안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석이 형이 우스갯소리로 그러더라고요. '네가 그렇게 수비를 하면 원래 내야수들이 뭐가 되느냐'고요. 그동안 1루수로 거의 안 나가다보니 미트가 없어 성규 꺼를 빌려서 쓰고 있습니다.(웃음)"
박해민은 이날 톱타자로 출전, 3안타 3타점으로 찬스메이커이자 해결사로 공-수에서 맹활약 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