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지난 2일 강원FC와 상주 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대결이 열린 강릉종합운동장.
강원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30분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강원 한국영과 상주 오세훈이 충돌한 것. 공만 보고 위치를 잡던 두 선수는 미처 상대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부딪쳤다. 그라운드에 추락한 한국영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의료진이 급히 투입됐고, 한국영은 구급차에 실려 그대로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한국영은 병원 이송 중 의식을 되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큰 부상 없는 것으로 확인돼 퇴원 후 회복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조치가 빠르게 이뤄졌다. 만약을 대비해 척추 등도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몸에 이상이 없어 부상 이튿날 퇴원했다. 현재는 휴식 중"이라고 전했다.
경기 중 발생한 사고. 선수들은 한국영이 병원으로 이동한 뒤 한동안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특히 충돌자 오세훈의 충격은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완 감독은 "오세훈이 한국영의 부상을 본 뒤 많이 흔들렸다. 옆에서 안정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상은 몸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도 남는다. 스포츠심리학 박사인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부상을 당한 선수는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 그와 부딪힌 선수 역시 죄책감에 힘들어 할 수 있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칫 놓치고 지나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심리 게임이다. 하지만 피지컬 코칭과 달리 축구에서 멘탈 코칭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감독의 성향 및 대회 규모에 따라 멘탈 코칭 제도를 정한다. 협회 관계자는 "모든 대회에 멘탈 코치가 동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멘탈 코칭은 구단 자율에 맡기고 있다. 윤 교수는 "멘탈 코칭은 외상 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심리적 부담이나 걱정 등에 대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6월 캐나다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당시 정해성 캐나다여자월드컵 단장은 "과거에는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감독이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심리 전문가의 조언과 해법은 현장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맨유 시절 박지성의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빅클럽에는 멘탈 코치가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