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일찍이 이런 예는 없었다.
LG 트윈스 5선발 체제는 매우 독특하다. 정찬헌과 이민호가 번갈아 맡는 구조다. 둘 다 한 번 등판하고 나면 열흘 정도 쉰다.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 이 시스템은 여전히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O리그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유례가 없는 로테이션 운영 방식이다.
LG는 처음부터 5선발 자리를 플래툰 방식으로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시즌 전 LG가 구상한 선발진은 차우찬, 송은범, 정찬헌,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 임찬규로 이뤄진 6인 로테이션이었다. 입국 후 자가격리를 소화하느라 훈련량이 부족했던 윌슨과 켈리의 컨디션과 휴식기 없는 페넌트레이스 전체를 감안했다.
그러나 송은범이 첫 선발등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자 5인 로테이션으로 바꾸면서 5선발을 지금처럼 플래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때 등장한 선발투수가 이민호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해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민호는 불펜으로 두 차례 구원등판했다가 지난 5월 21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데뷔 첫 선발로 등판해 5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어느 정도 던져줄 것으로 기대는 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당시 교체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이민호를 류중일 감독이 직접 마중나가 열렬히 환영해 준 장면이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이후 3개월 정도 흘렀다. LG는 여전히 정찬헌-이민호, 5선발 투수 2명을 가지고 로테이션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민호는 지난 5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6이닝 8안타 4실점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6월 11일 SK 와이번스전 이후 55일, 5경기 만에 따낸 값진 승리. 올시즌 선발 8경기 중 가장 많은 안타와 점수를 허용했지만, 6이닝을 버틴 건 제법 경기운영 능력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민호는 첫 선발경기를 뺀 나머지 7경기에서 연속 100개 이상의 공을 던졌다. 휴식일을 충분히 보장받는 만큼 투구수에 좀더 욕심을 부려도 괜찮다는 판단이다.
정찬헌도 마찬가지다. 시즌 시작 후 9경기에 선발 등판한 정찬헌은 3경기에서 투구수 100개 이상을 기록했고, 완봉승을 따낸 6월 27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115개를 던졌다. 이번에 이민호가 나섰으니 다음 5선발 경기는 정찬헌이 맡는다. 지난달 29일 SK전에서 5이닝 10안타로 고전하며 5실점했지만 타선 도움으로 승리를 챙긴 정찬헌은 오는 11일 KIA와의 잠실경기 선발등판이 예정돼 있다.
정찬호와 이민호는 선발 합계 17경기에서 8승3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선발투수 한 명의 성적이라고 치면 다승 6위, 평균자책점 7위에 해당한다. 이들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LG는 12승4패1무를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전반기 팀 MVP로 임찬규르 꼽았지만, 사실 정찬헌-이민호 듀오의 활약도 못지 않다.
LG는 지난달 25일 차우찬이 어깨 부상으로 한 달 재활을 기약하고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으나, 공백 자체가 커 보이지 않는다. 페넌트레이스 144경기 가운데 75경기를 치른 LG는 지금의 변칙 5인 로테이션을 바꿀 생각이 없다. 최동환 진해수 정우영 고우석 등 필승조가 안정화 단계에 돌입해 불펜진 수요도 훨씬 줄어든 상황. 정찬헌-이민호 플래툰이 시즌 끝까지 간다고 봐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