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제발 코로나 지침을 지켜주세요."
올들어 처음으로 입장 관중을 맞은 부산 아이파크의 2일 울산전은 그들만의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4년만에 K리그1로 돌아온 이후 부산이 1부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부산 팬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자리였다.
비록 1대2로 패했지만 최강 울산을 맞아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로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를 들을 만했다. 부산 팬들도 예매분 완판으로 화답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관중 입장 속에서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었다. 부산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를 마친 뒤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진땀을 흘렸다. 일부 '민폐'관중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점은 '민폐'관중의 비양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구덕운동장의 구조적 문제점에도 근본 원인이 있었다. '낙후된 구덕운동장의 비애'인 셈이다.
1928년 준공된 구덕운동장은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 시절 역사를 안고 있어 부산에서는 '축구의 성지'로 꼽힌다. 부산 구단이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옮긴 것도 부산 팬들의 향수에 화답하고 부산 축구의 중흥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몇 차례 개선공사를 거쳤지만 편의시설 부족 등 1부리그 경기장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구덕운동장 수용 규모는 총 1만2349석. 구단은 이번에 10%까지 받을 수 있는 손님을 5%로 낮춰 입장권을 판매했다. 이왕이면 관중간 이격거리를 더 멀리 확보해 코로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였다.
손님을 적게 받았는데도 일부 팬의 규칙 위반으로 인해 과밀화 우려가 있었다. 구덕운동장은 본부석 쪽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석에는 좌석 지정번호가 없다. 지은 지 워낙 오래된 것이다 보니 원래부터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관중 입장은 온라인 사전 예매를 통해 이뤄진다. 타 지역 경기장은 좌석 번호가 있어서 구단이 이격거리를 감안해 지정한 좌석만 판매되고 관중은 예매한 번호대로 앉으면 그만이다.
반면 부산은 좌석 번호가 없는 까닭에 섹터(구역)별로 예매를 받는다. 한 섹터당 2∼3m 간격으로 적정 인원을 정해놓고 예매받는 구조다. 지정석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꼬이는 일이 발생했다. 변두리 섹터를 예매했던 일부 팬들이 경기가 더 잘 보이는 '명당자리'로 무단 이동한 것이다. 이른바 먼저 오는 사람이 '임자'가 돼 버렸다. 교통 사정에 따라 경기 개시 시간에 임박하거나 늦게 도착한 '원주인'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예매한 섹터는 이미 다 들어찼기 때문이다.
당연히 안내요원들에게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그렇다고 대면 접촉을 자제해야 하는 데다, 모두 경기장을 집중하고 있는데 일일이 다니며 표를 확인하며 '범인'을 찾아내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괜한 싸움으로 번질 우려도 커서 섹터를 빼앗긴 팬들은 나머지 빈공간을 찾아갔다고 한다.
부산 구단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단 안내요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2일 울산전에서도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50여 명을 투입했지만 여기서 더 늘려 섹터별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 임시로 좌석 번호 스티커를 제작해 좌석에 일일이 번호를 부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5000여 개에 달하는 좌석에 일일이 스티커를 붙인다는 게 사실 '보통일'은 아니다. 번호가 지정되면 인터파크 등 티켓 판매 대행사의 예매 시스템도 다시 손을 봐야 한다. 무엇을 하든 돈은 돈대로 들고, 일거리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지침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나와 가족을 위한 일 아닌가. 제발 경기장 현장 규칙을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