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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타트업 차린 이윤열, 그가 개발하고픈 게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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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한 인생 게임을 만들겠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프로게이머에서 개인방송 BJ로, 그리고 게임 개발자에서 이제는 게임 스타트업 회사 CEO까지 부지런히 인생의 '테크 트리'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사람이 있다. 바쁘게 살아오는 20년동안 고민은 많았지만 한 눈을 팔거나 여유를 부릴 새도 별로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이윤열 얘기다.

'천재 테란'으로 불리며 '스타크래프트1'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윤열은 2017년 대구에 있는 엔젤게임즈에 입사, 게임 개발자로 변신했다. 프로게이머 출신 가운데선 거의 유일하다. 자신의 경력을 살려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을 활용한 '랜덤타워디펜스'라는 타워 디펜스 게임 개발에 참여했던 그는 회사를 떠나 지난 6월 같은 지역에서 나다디지탈이라는 게임 스타트업을 아예 창업했다. 게이머 시절 자신의 아이디인 '나다'(NADA)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애착이 클 수 밖에 없다.

창업 멤버는 총 7명이다. 전 회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10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 어려운 길에 동참했다.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앞섰다. 이윤열은 "솔직히 내 가족 하나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표 하나를 믿고 함께 해주신 분들도 한 식구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솔직히 창업 초반 잠도 오지 않았다"며 웃었다.

사실 회사 하나를 차린다는건 일반인들도 쉽지 않지만 그에겐 유독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개발자이다보니 법인 등기를 하고 사무실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모두 이윤열이 오롯이 모두 해야할 일이었다. '스타크래프트' 세상에선 게이머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임으로 세계를 평정했던 그였지만, 정부 과제를 신청하기 위해 한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윤열은 "창업 자금을 아끼려고 대부분의 일처리를 독학으로 혹은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하다보니 무척 어려웠다"며 "행정적인 사무를 거의 처음 해보니 계획서 하나 쓰는 것도 낯설었다. 도중에 막히면 하루에 한줄이라도 쓰자고 다짐하다보니 어느새 완성이 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럼 왜 굳이 이런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이윤열은 이에 대해 "엔젤게임즈에서 초기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개발 프로세스를 터득하고 팀워크의 중요성도 확실히 깨닫게 됐다.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던 시기였고 경험이었다"면서도 "아무래도 전체를 아우르는 PD가 아닐 경우 개발 방향성에서 의도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또 아무래도 회사의 전체적인 프로젝트 계획에 맞추면서 게임 출시 시기도 기대보다 늦어졌다. 그래서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창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지난 2006년 스타리그에서 3번째 우승을 차지, 골든마우스를 받았을 때만큼 열정적으로 산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그런데 14년이 지난 요즘 그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어느새 30대 후반이 됐지만 하루 4시간만 자고 준비를 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또 게임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처음 경험하는 일을 하나씩 해내다보니 점점 자신감도 붙었다. 이제 제대로 된 게임만 출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나다디지탈의 데뷔작은 '프로젝트 M'이다. 아직 프로젝트명으로 불려서 개발 초기라 생각했더니, 이미 비공개 테스트(CBT)를 앞두고 있으며 9월 출시까지 목표로 할 정도라고 한다. 이윤열은 "캐주얼 모바일 3D 게임이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장르이고, 특히 9살인 제 딸과 함께 즐겨도 좋을만큼 가족형 게임"이라면서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보니 아직 전반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어느 정도 답이 있다. 홍보나 마케팅으로 반짝 띄우는 것이 아닌 유저들이 충분히 선택할만한 게임성으로 승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스타크래프트'가 이윤열이란 존재를 세상에 알렸듯, 누군가를 위한 인생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모바일에서도 MMORPG가 대세이기에, 대형 게임사들도 신규 캐주얼 게임을 성공시키기 힘든 시기다. 이윤열은 "장르 쏠림 현상이 상당하다는 것도 잘 알고, 이를 타파해보고 싶기도 하다. 장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체 이용가를 지향하고 있으면서,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밌는 게임 개발에 많이 해온 창업 멤버들의 실력을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 첫 게임이 출시된 것도 아니지만 20대 초반부터 그의 행보를 계속 지켜봤던 기자로서도 분명 CEO 이윤열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설레임과 조금의 두려움, 여기에 프로게이머 때의 열정과 자신감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이윤열은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지만, 얻는 것도 물론 없다. 게이머 때 터득한 것을 이제 새삼 다시 느끼고 있다"며 "다른 이들이 걷지 않았던 길을 가기에 더 잘해내고 싶다. 그래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 보람될 것 같다. 나다디지탈과 '프로젝트 M', 그리고 CEO 이윤열의 도전을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듯 흥미롭게 지켜보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