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조정래 작가의 역작 '정글만리'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중국인들의 사고방식 중 하나를 설명한 말.
세상에 이런 경우는 참 많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LG 투수 타일러 윌슨을 바라보는 류중일 감독의 시선, 살짝 걱정이 앞선다.
윌슨은 최근 투구폼 논란에 휩싸였다.
심판진으로부터 '왼쪽 다리를 먼저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과정이 좀 아이러니 하다.
당초 보크 논란을 제기한 KT 이강철 감독은 정작 왼쪽 다리가 아닌 축족인 오른쪽 다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돌고 돌아 결론은 왼쪽 다리 문제가 됐다.
이강철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단지 그날 그 경기에서 특정 동작의 보크 여부를 언급한 것 뿐인데 일이 전혀 의도치 않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셈.
전형적으로 '문제를 삼으니 문제가 된' 케이스였다.
결국 윌슨은 강제 투구폼 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
지적 받은 왼쪽 다리의 평소 습관을 바꾸려 시도중이다. 국내 무대 데뷔 후 3년째 던지고 있던 폼. 아무래도 어색함을 피할 수는 없다.
류중일 감독은 1일 한화전에 앞서 "어제 내 앞에서 시범을 보였는데, 문제가 됐던 왼발 움직임을 바꿨라"고 이야기 했다.
윌슨은 아직 바뀐 폼으로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우천으로 사흘 째 미뤄졌다. 3일 잠실 한화전 마저 우천 취소되면서 4일 광주 KIA전 선발로 한번 더 밀렸다.
3일 경기 취소가 결정된 뒤 만난 류중일 감독은 여전히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큰 문제가 아닌데 (문제가) 커졌다"며 "만약 (바뀐 폼 탓에) 제구도 안되고 스피드도 안나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