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장시환 올시즌 최고의 투구입니다. 이런 경기는 수비진이 긴장해야합니다. 절대로 실수하면 안됩니다."
첫 타자에게 무려 11개의 공을 던졌다. 그 결과 1회 투구수만 33개. 4회에는 수비 실책성 2루타도 나왔다.
한화 이글스의 '부처멘탈 에이스' 장시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타선이 선취점을 뽑고, 호수비가 나왔을땐 어린아이마냥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31일 한화전 9전 전승을 질주하던 LG 트윈스와의 잠실 맞대결. 9연패 탈출의 길은 멀고 험했다. 한화 타선은 2회 이해창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따낸 뒤 점수 추가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안불안한 1점차 리드가 이어졌다.
'불운 에이스' 장시환에겐 익숙한 일이다. 장시환이 시즌 첫 등판이었던 5월 7일 SK 와이번스 전 이후 두번째 승리를 거두기까지는 무려 67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장시환이 불꽃처럼 역투하며 승리투수 조건을 갖춰도, 그가 마운드를 내려가면 드라마처럼 불펜이 무너졌다. 황당한 수비 실책이 나온 것도 여러차례다. 6월 18일 LG 전과 24일 삼성 전, 7월 1일 KIA 전에서 3경기 연속 역전패(끝내기 2)로 '승패없음'이 기록됐고, 7월 7일에도 팀은 끝내기 승리를 거뒀지만 본인의 승리는 날아갔다.
장시환은 7월 13일에야 비로소 시즌 2승의 감격을 누렸다. 당시 장시환은 '10경기 만의 승리'라는 말에 "첫승 이후 처음인가?"라며 깜짝 놀라면서도 "나도 불펜 해봤다. 애썼는데 못 막은 걸 어쩌나. 승리 날아갔다고 동료에게 인상을 써야하나? 데뷔 14년째다. 승패에는 해탈했다고 봐도 좋다. 마음 편하게 본다"며 웃었다.
장시환은 묵직한 직구에 다양한 구질, 뛰어난 체력까지 지닌 투수다. 그런 그가 늦은 나이에야 빛을 본 것은 고질적인 제구 불안 때문. 특히 6월 24일 삼성 전처럼 5회까지 무려 116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막은 경기도 있다. 올해 33살이지만 어깨만큼은 싱싱하다. 스스로도 "체력만큼은 자신있다"고 강조할 정도다. 다소 많은 투구수는 장시환에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어느덧 노련미까지 갖췄다. 이날 장시환은 1회 이후 단 한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안타 역시 4회 김민성에게 허용한 2루타 1개가 유일했다. 3자범퇴만 5차례, 2회이후 투구수는 66개에 불과했다. 1구1구, 포수 이해창의 미트에 정확하게 꽂혔다.
방송 해설진의 말처럼 수비진도 바짝 긴장했다. 5회 유격수 하주석은 이형종의 잘맞은 타구가 불규칙바운드까지 일으켰음에도 깔끔하게 잡아냈다. 이용규는 3루쪽 펜스에 바짝 붙은 파울 타구를 멋지게 잡아냈다. 오지환의 기습번트 때 직접 멋진 수비를 선보인 장시환은 김태균과 격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7회까지 2안타 1볼넷 무실점 8삼진. 투구수 101개. 장시환의 인생투였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8회 일찌감치 마무리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렸다. 감독 대행부터 선수들까지, 한화 이글스 전원이 LG 전 9연패 탈출과 장시환의 승리 사수를 위해 하나로 뭉쳤다. 포수 이해창은 8회 어려운 파울 플라이를 잡아내는 뜨거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날 LG 선발 켈리도 7이닝 동안 8안타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7이닝 3자책점 이하)의 쾌투를 선보였다. 라모스와 오지환, 정주현의 호수비도 눈부시게 빛낫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장시환의 날이었다. 한화는 9회초 볼넷과 안타, 내야땅볼을 묶어 1점을 추가했고, 정우람은 LG의 끈질긴 막판 추격을 1점으로 묶으며 장시환의 승리를 지켜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