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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날개꺾인 '독수리' 최용수...감독만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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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최용수 FC서울 감독 자진 사퇴. 이메일 알림 참조.'

2020년 7월 30일 오후 7시34분. 기자단에 전해진 문자 한 통의 충격적 소식. 그랬다. 상암벌을 호령하던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끝내 날개를 접었다.

FC서울은 30일 최 감독의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최 감독은 하루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0년 하나은행 FA컵 8강에서 1대5로 패한 직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그 어떠한 만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감독의 사퇴를 그대로 받아 들였다.

서울의 지휘봉을 잡고 아홉 시즌째를 보내던 최 감독. 그는 마지막 멘트는 포항전 직후 남긴 한숨이었다. 최 감독은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발악을 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독수리가 만든 서울 영광의 시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최 감독과 서울은 2010년대 초반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2011년 감독대행으로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2016년 중반까지 서울을 각종 파이널 무대로 끌어 올렸다. 최 감독은 2012년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뒤 첫 해에 K리그 정상을 밟았다. 당시 K리그 단일 정규리그 최다 승점(96점) 및 최다 승(29승) 기록을 세웠다. 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기록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수여하는 '올해의 감독상' 역시 그의 몫이었다. 2015년에는 서울을 FA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잠시 이별은 있었다. 최 감독은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중반까지 중국 슈퍼리그 소속 장쑤를 이끌었다. 그는 장쑤에서 2016시즌 정규리그와 FA컵에서 모두 준우승을 기록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장쑤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던 최 감독은 2018년 10월 서울로 복귀했다.

의리를 지킨 행보였다. 최 감독이 서울로 복귀한 시점. 팀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서울은 2018년 K리그 32경기에서 8승11무13패(승점 35)를 기록하며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했다. 자칫 K리그2(2부 리그)로 강등될 수도 있는 상황. 최 감독은 벼랑 끝 상황에서 친정팀을 구할 소방수로 나섰다.

독수리 카드는 효과 만점이었다. 서울은 강등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위기를 넘긴 최 감독은 이듬해 '반전'을 완성했다. 최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팀을 이끌었다. 서울은 2019년 K리그에서 3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현실, 감독만 떠났다

최 감독이 만든 서울 영광의 시대.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 오래가지 '못' 했다.

2020년. 서울의 불안요소는 명확했다. 바로 투자였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와 FA컵, ACL 무대까지 세 대회를 병행하는 빡빡한 일정을 받아들었다. 비슷한 상황의 전북 현대, 울산 현대는 '영혼까지 끌어 모아' 수준급 선수를 폭풍 영입했다. 서울은 아니었다.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 지난 겨울 김진야 한승규 한찬희를, 여름에 기성용 윤영선을 영입했지만 한승규 운영선은 임대, 한찬희는 트레이드였다. 실속을 들여다 보면 '전력 보강 할 만큼 했다'는 구단의 주장은 자화자찬이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외국인 공격수였다. 팀에서 '한방'을 해 줄 해결사가 없었다. 지난해 임대 영입한 페시치는 2020년 6월 30일자로 계약이 만료됐다. 서울은 페시치와의 계약 연장과 만료 사이에서 시간을 질질 끌다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골을 넣지 못하는 서울. '동네북'이 됐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13경기에서 10골-29실점을 기록하며 11위까지 떨어졌다. 최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하지만 구단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았다.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허송세월만 하다 꼭 필요한 외국인 공격수 자리는 보강하지 못했다.

물론 여러 선수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맞다. 제리치(경남FC), 벨트비크(수원FC),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펠리페(광주FC), 호사 등이 영입 리스트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프론트와 현장의 인식 차이는 무척 컸다. 구단은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기는 커녕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원하지도 않는 선수를 밀어붙였다가 불신·갈등만 깊게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코로나19 변수 때문에 해외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의지의 문제였다. 전북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구스타보, 바로우 등 수준급 선수를 영입했다. K리그2 소속 전남 드래곤즈 역시 올렉, 에르난데스 등 외국인 선수를 보강했다. 이들 구단은 발 빠르게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FC서울은 '때'를 놓쳤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 '서울이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결국 돈의 문제였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천하의 최 감독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선수들의 기를 살리려 했지만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부분은 어찌할 수 없었다. 최악의 분위기 속 서울의 성적은 점점 추락했다. 최 감독은 결국 사표를 제출하고 정든 상암벌을 떠났다.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짊어진 것이다. '충격뉴스'를 접한 온라인 팬 대다수도 "감독탓만 할 일이냐"는 반응이다.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 서울에 축구 인생을 받친 최 감독. 그는 선수로서 148경기에 출전해 54골-26도움을 기록했다. 감독으로는 122승66무69패를 남기고 떠났다. 이제 서울에는 최 감독이 만들고 간 2012년 K리그 우승컵, 2015년 FA컵 챔피언타이틀만 남았다.

한편, 서울 차기 감독 선임은 미정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