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검진이 정착된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2년에 한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위염이나 역류성식도염 등의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위염은 위장의 감기라고 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되었으며 치료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최근 내시경 검사에서 만성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만성 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은 위암에 걸릴 확률이 보통의 경우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고 하는데 막상 정기적인 추적검사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많다.
만성 위축성위염은 위염이 오래되면서 위 점막이 만성염증으로 인해 혈관이 보일 정도로 얇아진 것을 말한다.
위의 주름이 소실돼있고 위산의 분비도 감소해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또한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Intestinal Metaplasia)은 위의 점막을 이루는 세포가 장에 있는 세포로 바뀌어 위의 점막이 마치 장의 점막과 유사하게 변한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손상된 위의 점막이 세포를 재생시켜 회복하는 과정에서 장 점막 세포와 유사한 것으로 대체되는 경우다.
부천으뜸한의원 박지영 원장(한의학박사)은 "장상피화생은 위암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은데 속쓰림, 소화불량 등 위염 증상이 반복되면 소화제나 제산제 정도에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한국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률이 높아 만성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등 위장 관련 질환 환자도 많은 편이다. 한의학에서는 장상피화생뿐만 아니라 장상피화생의 이전 단계인 만성 위축성위염 등 위장 질환의 원인을 담적병(痰積病)으로 보고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적 병명인 담적병(痰積病, 담적증)이란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에서 발생한 독소인 담음(痰飮)이 위장의 외벽에 쌓여 단단히 굳어진 담적(痰積)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각종 증상을 말한다.
만성 소화불량, 변비, 복부팽만감, 설사, 명치통증 등 다양한 위장장애는 물론, 만성피로, 두통, 어지럼증, 여성의 경우에는 심한 생리통, 생리불순, 부정출혈 등이 담적병으로 인해 발병될 수 있는 질환들이다. 이렇듯 광범위한 증상 때문에 담적병은 '담적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담적병은 위염이나 위궤양과 같이 위 표면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위 외벽과 근육층 사이의 문제로 야기되는 기능적인 문제다.
따라서 복부초음파, CT, 내시경 등 영상학적 검사로는 발견되지 않는다. 때문에 소화기 증상과 더불어 각종 다른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면 담적병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특히 담적병(담적증후군)은 초기 검사와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중 하나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위 점막 세포 재생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사람마다 기호식품과 식습관, 생활환경이 다른 만큼 담적병은 개인별로 그 증상이 모두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우선 정확한 진맥 진단으로 증상과 체질에 따른 한약을 처방하게 된다. 약침과 침, 온열 치료도 증상 경과에 따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담적의 원인은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 지나친 흡연과 음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위장 기능이 저하되어 발병하게 된다.
건강은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극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치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규칙적인 식생활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서 위장은 물론 각 장부의 원활한 기능을 돕는 것도 재발을 막고 담적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박지영 원장은 "과식과 급하게 식사하는 습관도 위장병을 높이게 되므로, 예방과 관리를 위해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짠음식과 탄음식의 섭취를 줄여서 위장 점막의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담적병(담적증후군)이 개선되면 음식물의 위장 정체가 줄어 남은 위장 점막을 잘 지켜내고 만성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등 위장 관련 질환도 서서히 호전될 것"이라고 전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