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가수 영탁-그렉의 우정, 데이비드 가족의 한국 역사 탐방이 감동을 안겼다.
30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특별판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이하 어서와)'에서는 한국살이 13년 차 그렉, 5개월 차 데이비드의 일상이 공개됐다.
이날 영탁은 그렉을 응원하기 위해 나섰다. 영탁은 "한국 살이 38년 차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영탁은 "우리 그렉과 7년 차 친구다"라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친구다. 동갑이다. 처음엔 형인 줄 알았다"라고 농담했다.
이에 그렉은 "내가 한 달 늦게 태어났다"며 개월수까지 나누는 '찐친 케미'를 보여줬다.
영탁은 데이비드의 방송을 챙겨봤다며 "실제로 보니 너무 잘생기셨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냐"라고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더운 7월의 오후, 그렉은 여전한 목관리와 함께 차를 나고 어디론가 바삐 나섰다. 지난 방송에서 '드라이브 스루 노래방'으로 폭풍 고음을 보여줬던 그렉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렉은 영탁에게 전화를 걸었고 반갑게 인사하며 차에 태웠다. 영탁은 두 손에 짐을 한 가득 들고 차로 갔다. 그렉의 생일을 맞아 생일선물을 챙겼던 것. 그렉의 생일 선물을 가득 실은 영탁은 자연스럽게 차에 올랐다.
쉽게 예상하지 못할 조합. 그렉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와 내 형제 같다'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왔던 인연, 두 사람은 어느새 돈독한 형제가 됐다.
영탁은 "정말 힘들었을 때였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가 마지막 곡이 됐을 수도 있었다"라며 "그때 그렉이 정말 힘이 돼줬다. 그렉이 없었다면 가수인생이 멈췄을 것"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그렉이 가장 친한 한국인 친구가 저이지 않을까"라며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무명이었던 영탁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그렉. 영탁은 "(그렉은) 친구이기 전에 스타였다. 부탁하기가 어려웠지만 흔쾌히 제 뮤직비디오에 나와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의 옛추억이 담긴 신사동을 지나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영탁과 그렉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낑낑거리며 올라갔다. 영탁은 그렉을 위해 영양제와 수박을 선물해 훈훈함을 안겼다. 수박은 있었지만 칼이 없었다. 영탁은 '수박 절단기'를 들고 나왔지만 아무리 내리쳐도 미동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설픈 수박 절단에 성공한 두 사람은 즐겁게 수박 먹방을 보여줬다.
그렉은 영탁을 초대한 이유에 대해 "한국 노래를 배우고 싶다. 애국가. 한 3개월 전 연락이 왔다. '그렉씨, 애국가 부를 수 있어요?'하더라. 프로야구에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그렉. KBO는 미국 전역에도 송출되는 만큼 그렉은 "한국을 정말 존중한다. 애국가는 제대로 부르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긴장했다. 한다면 제대로 하고 싶어서 영탁을 초대하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렉은 "애국가를 R&B 스타일로 불러도 되냐"며 즉석에서 소울을 가득 담은 노래를 불렀다.
영탁은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트로트 버전 애국가를 거침없이 불렀다. 딘은 "확실히 한이 있다"며 감탄했다.
영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국가를 부를 때만큼은 경건해진다. 정석대로 부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 단계는 가사 이해하기. 영탁은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힘든 한국의 얼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영탁은 본격적으로 노래 녹음을 하는 그렉의 열창을 듣고 표정이 굳었다. 문제점을 파악한 영탁은 곧바로 "키 올릴까? 템포 올리자"라며 '그렉 맞춤형' 디렉팅을 시작했다. 또 그렉의 된발음도 지적했다. 하지만 안 되는 것도 있는 것이 현실. 영탁은 "노래가 잘 안 되네. 발음을 신경쓰니까"라며 '쌍시옷' 발음은 어느 정도 넘어가자고 타협했다.
영탁의 도움으로 그렉은 무사히 애국가 녹음을 마쳤고, 그의 노래는 KBO 경기장에 크게 울려퍼졌다. 최대한 그렉의 소울을 빼고 담백하게 부른 애국가였다.
그렉은 '미국 가족들이 봤냐'는 질문에 "우리 가족도 봤다. 어머니가 보셨다. 나라를 대표한다니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셨다"고 뿌듯해했다. 영탁 역시 "너무 부럽다"고 칭찬했다.
그렉은 영탁에게 미국 진출을 권했다. 그는 "영탁은 특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영탁 영화를 번역한다면 미국 차트도 갈 수 있다. 지금 K팝이 대세지 않냐. K트로트는 아시아에서 뒤흔들고 있다. 영탁에게 좋은 기회다"라고 응원했다.
영탁은 "너무 신기한게 그렉이 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 판에 제 광고가 나왔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렉과 영탁은 바로 '찐이야' 영어 버전을 만들어냈다. 모두의 궁금증 속에 영탁은 영어 버전 '찐이야'를 열창했다. 생각보다 착착 감기는 '찐이야' 영어 버전. 데이비드 역시 "정말 멋지다. 빌보드 TOP10에 들겠다"라며 즐거워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30세를 기억하며 영탁은 그렉과 '서른 즈음에' 듀엣을 불렀다. 마음을 적시는 아련한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무명시절 힘들었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간절한 노래였다.
영탁은 "무명시절에 그렉이 응급실에 실려 갔던 적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가족도 없이 혼자 병실에 누워있던 그렉을 위해 영탁이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그렉은 "당시 한국에 가족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냥 저한테 너무 좋은 사람이다"라고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을 본 신아영은 "아무 이유 없이 잘해주는 가족 같다"고 덧붙였다.
그렉과 영탁은 보양식으로 추어탕을 먹으러 향했다. 식당에 방문한 영탁 등장에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 영탁은 '막걸리 한 잔' 한 소절로 팬서비스까지 보여줬다. 영탁은 부추를 가득 넣은 추어탕을 맛봤다. 그렉은 통으로 들어간 미꾸라지를 보고 어리둥절해했고, 영탁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그렉은 덤덤히 통추어탕을 먹으며 "조금 이상하다"라고 갸우뚱했다. 그렉은 "한국에서는 뼈 채 먹는다. 그게 정말 신기하다"라고 고백했다.
영탁은 "단돈 70만원을 들고 서울로 갔다. 그때 그렉을 처음 만났을 때는 가수를 반 포기상태였다. 노래 강사를 하면서 돈을 벌었따. 일단 살아야 하니까, 가수로는 돈을 못 벌었다. 꿈을 위해 조금씩 저축했는데 아버지 쓰러지면서 수술비로 다 나갔다. '미스터트롯' 이후 처음으로 전세집을 알아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영탁은 전세집이라도 살아볼 수 있을까 했는데 2007년 데뷔 이래 13년 만에 전셋집에 들어가게 됐다고.
그렉 역시 "2014년에 나도 음악이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이 '외국인이 왜 한국 노래 부르냐'며 뭐라고 했다. '노래하는 흑형'으로만 불렸다. 내 이름으로 불리지 못했다"라며 "그런데 해냈다. 포기를 안 해서 그렇다다. 모두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게 있으면 도전하라고"라고 자신만의 신념을 전했다.
임진각 투어에 나선 데이비드 가족은 노래비 앞에 섰다. 빗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슬픈 노래자락. 데이비드는 아이들에게 분단의 아픔을 가진 한국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데이비드는 "미국에서는 이런 거 본 적 없다. 희생자들을 위한 기념비는 있지만"이라며 감상에 젖었다. 외국인에겐 생소한 이산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
아이들은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버튼에 집중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눈높이 강의에도 장난치기 바빴다. 아이들이 6ㆍ25전쟁 기념비 앞에서 장난을 치자 스테파니는 "한국 전쟁은 엄마, 아빠가 크게 싸워서 우리 가족이 헤어진 거랑 같은 거야. 누가 엄마 아빠가 헤어진 곳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니?"라며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엄마아빠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슬픈 기차야"라며 남북 분단 당시를 그대로 담은 기차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데이비드는 "전생의 상흔이 남은 물체를 보니까 더 가깝게 느낀 것 같다. 아이들이 종일 그 기차를 생각했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하더라"라고 아이들의 심정을 전했다.
데이비드는 "오늘 하루 한국 전쟁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미국이 했던 역할에 대해 기억하는 한국에 감동했다"고 감상을 전했다.
비를 피해 실내로 들어온 데이비드 가족은 옷을 사러 가게로 들어갔다. 취향대로 옷을 고른 남매는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다. 스테파니는 오빠를 밀치는 이사벨을 달래며 사과하라고 중재했다.
데이비드는 아이들을 위해 카라반으로 숙소를 옮겼다. 평소 요리를 전담하는 아내를 대신해 부대찌개를 만들기 시작한 데이비드는 채소를 썰다가도 금새 스테파니를 불러댔다.
그 사이 스테파니는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수박화채를 만들었다. 스테파니표 수박화재를 맛본 아이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열심히 먹었다. 올리버는 엄마 스테파니를 챙기며 효자 면모를 뽐내 훈훈함을 안겼다.
데이비드이 또 다른 도전. 그는 삼겹살로 바베큐를 하려고 했지만 거센 불길과 엄청난 연기로 고군분투했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