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9일 용인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
막바지 장맛비가 한창이었지만, 코트 안은 기합 소리와 열기가 진동했다. 지난 시즌 여자 프로배구 '통합 챔피언' 흥국생명은 다가오는 KOVO컵과 정규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박미희 감독이 코트 바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들은 쉴새없이 뛰면서 구슬땀을 흘렸다.
'맏언니' 김연경(32)도 쉴틈 없이 코트를 누볐다. 코치진들이 보내는 공을 계속 처리하면서도 부지런하게 코트를 뛰어 다녔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료들을 챙기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가장 크게 기합을 외치면서 분위기를 달궜다. 실수가 나올 때는 오히려 미소로 파이팅을 외쳤다. 훈련 내내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팀 플레이를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장 김미연은 김연경을 두고 "분위기 메이커다. 입을 쉬지 않는다. 말도 제일 잘 듣는다"고 웃은 뒤 "늘 열정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런 부분 많이 보고 배우려 하고 있다.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주포 이재영은 "어릴 적 꿈이 (김)연경 언니와 한 팀서 뛰는 것이었다.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했다. 새롭게 흥국생명에 합류한 세터 이다영은 "스피디한 볼을 더 잘 때린다. 안 좋은 공도 잘 처리해준다. 코트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본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팀 합류 후 어떻게 지냈는지.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한 지 3주 정도 됐다. 1~2주 정도 감독님 배려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신경 썼다. 이번주부터 볼 훈련을 시작했다.
-현재 컨디션은.
▶수치로 표현한다면 50% 정도 올라온 것 같다. 감독님이 편안하게 몸상태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주신다. 빨리 100%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코보컵 출전 여부는.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모르겠지만, 몸상태 따라 감독님과 상의 후 결정될 듯 하다.
-해외 무대서 쓰던 공과 다른 국내 공인구 적응은.
▶아무래도 많이 다르더라. 리시브에 어려움을 느꼈고, 공격에도 파워가 실리기보다 날리는 느낌이 났다. 그런 차이에 빨리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이차 많은 후배들과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처음 보는 선수들이 몇몇 있어 이름 외우는데 고생을 하긴 했다. 내가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 했다. 특히 밥 먹을 때 대화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내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말 나올 정도로 말을 많이 하고 있다.
-(해외 진출 전인) 11년 전과 달라진 부분을 느끼는지.
▶(훈련)장소는 같다. 리모델링 많이 된 것 같다. 많이 체계적으로 변한 것 같다. 트레이너 체력 관리, 기술적인 부분 모두 잘 나눠져 세부화돼 훈련 중이다. 선수들 프로의식도 증가했고, 더 열정적으로 임하는 느낌이다.
-코보컵 이후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다. 라바리니 감독이 8강을 목표로 잡았는데.
▶아직 올림픽을 거론하긴 이른 감이 있다. 코보컵도 있고, 정규리그와 챔피언전 등 한 단계씩 앞에 있는 것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 그 이후 올림픽에 가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 내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오랜만의 국내 생활인데, 해외 시절과 가장 다른 점은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 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실감 중이다. 한국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다른 점 같다(웃음).
-최근 TV 출연에서 배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TV 출연은) 배구 활성화에 대한 바람으로 결정한 것이다. 배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많은 관심 받는 부분에 감사하다. 그런 관심에 부담감도 있지만, 더 잘 해서 여자배구 붐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재영과 함께 하면서 주고 받은 영향은.
▶아직 팀에 합류한지 3주 밖에 되지 않아 배구에 대해 깊은 대화 나누진 못했다. 이재영, 김미연 등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에 팀이 긴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을 듯 하다. 선수들 각자 제 역할을 잘 하면 좋은 배구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 목표와 팀 성적에 대한 전망은.
▶팀 통합우승이 가장 큰 목표다. 기회가 된다면 트리플크라운도 해보고 싶다. (훈련장 A보드에 적은) 세 번째 목표는 '감독님 말씀 잘 듣기'로 했다. 감독님 말씀을 잘 들으면서 좋은 결과 내고 싶다. (
-선수 각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나와 이재영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져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배구는 팀스포츠다. 원팀으로 해야 하는데 너무 관심 몰리다보니 부담도 있고 팀적으로 걱정되는 부분도 사실이다. 많은 선수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잘할 것으로 믿는다. 선수들이 (나를) 어려워하지만 다가가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첫 월급은 어떻게 썼나.
▶(입단식 때) 가방 구매 이야기는 즉흥적으로 나온 질문에 장난스럽게 대답을 했는데 이야기가 커졌다. 가장은 안 샀다(웃음). 첫 월급을 제시간에 딱 받아서 기분 좋더라. 감사하면서도 '0'이 하나 더 붙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재영과 이다영 모두 나보다 연봉을 많이 받으니 맛있는 걸 사달라 이야기 했다.
용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