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부산 사직구장도 드디어 '무관중' 시대가 끝났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한 좌석 배치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4차전이 열렸다. 이날 '낙동강 더비'는 올해 사직구장의 첫 손님맞이였다. 지난 26일 제한된 상황 속에서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이 허용됐고, 인천-고척 원정을 떠났던 롯데가 홈으로 돌아왔다.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 쏟아지던 비가 그치면서 정상 개최가 가능해졌다. 사직구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전날부터 부산 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28일 경기를 앞두고 비가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오후 5시 30분부터 관중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입장 시간 기준 총 1004명의 관중이 티켓을 예매했다. 전체 좌석의 10%인 2450명에 모자란 흥행. 하지만 평일 경기인데다, 비 예보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관중이었다.
문제는 좌석 배치였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3루 내야석과 외야석을 제외한 좌석만을 오픈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정부는 전체 좌석의 10% 관중만 허용한 상황. 하지만 예매 좌석이 한정되면서 거리두기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26일 먼저 홈 관중을 받은 구장들은 2~3칸씩 띄어 앉도록 좌석을 오픈했다. 함께 야구장을 찾은 가족이 멀리 떨어져 앉는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준비에 여유가 있었던 롯데는 좌석 비율에 따라 3루와 외야 관중석을 오픈하지 않았다. 게다가 타구장과 달리 1칸씩 띄어 앉기를 시행했다. 자연스럽게 1루 내야석에 관중들이 밀집했다.
엄밀히 말하면, KBO 매뉴얼을 어긴 건 아니다. '관람석에서 서로 1칸 이상 거리 두기', '다중 이용 공간에서 최소 1m 거리 두기' 등이 KBO의 관람 수칙이다. 하지만 1칸만 띄어 앉을 경우 붙어 앉은 두 관중은 사실상 1m 이하의 거리를 두고 앉게 된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것과 다름 없었다. 실제 야구장을 찾은 한 관중은 "이 정도 띄어 앉는 건 멀지 않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날 평소대로 안전 요원 100명을 투입했다. 관중들의 안전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관중 밀집도가 높은 상황에서 안전 요원이 많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좁은 공간에 비말 확산을 막고자 진행한 타올 응원도 무의미하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관중석 선호도를 고려해 1루석을 오픈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미흡했다. 29일 홈 경기(NC전)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관람 지침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1루석의 비중을 높였었는데, 외야석을 제외한 3루석과 상단석을 모두 오픈해서 10%의 관중을 받겠다. 기존 예매가 진행된 29~8월 2일 예매도 일괄 취소 후 재배치, 재예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막한 메이저리그는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KBO리그는 아직 선수 중 확진자가 없다. 철저한 방역 속에서 선수 개개인이 수칙을 잘 지킨 결과다. 관계자들의 노력 속에 관중 10% 입장이 가능해졌다. KBO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관중 비중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그러나 관중을 맞이하는 각 구단의 철저한 대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부산=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