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쳤다하면 결승타다.
KIA 타이거즈의 해걸사 최형우(37)는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88고속도로 씨리즈' 첫 경기에서 2-2로 맞선 8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특히 0-2로 뒤진 6회 말 추격의 불씨도 살려냈다. 2사 2루 상황에서 우전 적시 2루타를 때려내기도. 팀 내 첫 타점과 결승타를 모두 최형우가 해냈다.
그야말로 '대체불가'다. 올 시즌 최형우는 63경기에 출전해 팀 내 안타 2위(73개), 타점 공동 2위(43타점), 홈런 2위(10개)에 올라있다. 무엇보다 팀 내 최다 멀티히트(22개)를 때려내고 있고, 볼넷도 35개로 터커와 함께 팀 내 최다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도 3할5푼6리에 달한다.
아직 시즌의 반환점을 돌지 않은 상황. 벌써부터 최형우의 자유계약(FA)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형우는 KBO리그에서 최초로 FA 100억원 시대를 연 선수다. 2017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로 둥지를 옮길 때 4년 10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생애 두 번째 FA가 다가오고 있다.
계약기간 3년간 '모범 FA'였다. 타율, 타점, 득점권 타율, 희생 플라이 등 공격 지표에서 팀 내 상위권을 지켰다. 최형우를 대체할 만한 타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 이상을 했다. 이적 첫 해에는 KIA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어 KIA 팬들은 "최형우 영입에 쏟아부은 100억원이 아깝지 않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만 38세가 되는 최형우가 팀을 옮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KIA와 재계약이 최선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최형우에게 얼마를 줘야 할까. 최형우는 첫 FA 때 받은 100억원도 "많이 받은 것 아니냐"며 겸손함을 보이고 있다. 나이는 마흔을 향하고 있지만, 만개한 기량은 여전히 리그 톱 클래스 급이다. 게다가 올 시즌 최형우가 더 야구를 쉽게 오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KIA 지휘봉을 잡은 뒤 최형우에게 지명타자를 맡기면서 타순을 3번으로 전진배치시켰다. 지명타자가 낯설어 루틴을 만들려고도 했던 최형우는 이제 완벽에 가깝게 적응한 모습이다. "항상 수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다만 지명타자가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어 편안하긴 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옷을 갈아입자 팀 내 '나비효과'가 일었다. 나지완(35)도 살아났다.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뒤집으면서 최형우가 줄곧 맡아왔던 좌익수 겸 4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개인 욕심을 내려놓은 최형우의 희생이 오히려 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형우는 사실상 플레잉 코치 역할도 하고 있다. 젊은 타자들이 타격 부진시 최형웅에게 조언을 구하면 따뜻한 격려와 원포인트 조언으로 후배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구단은 최형우를 최대한 예우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 초 김주찬이 맺은 계약기간 3년(2+1년)에 27억원(계약금 15억원, 연봉 4억원)이 기준이 될 전망이다. '에이징 커브'를 거스르고 있는데다 팀 내 고과와 활약도를 따지면 김주찬보다 더 나은 조건을 받아도 무방하다. 최형우의 꾸준함은 올 시즌이 끝나면 곧 '돈'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