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태훈(26)이 '의리남'으로서의 연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1997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단원으로 배우활동을 시작한 김태훈은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와 영화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배우가 됐다. 2006년에는 '굿바이 솔로'로 드라마에 발을 들여놓았고, OCN '나쁜녀석들'(2014)부터 JTBC '사랑하는 은동아'(2015), tvN '응답하라 1988'(2015), JTBC '판타스틱'(2016),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2018), SBS '시크릿부티크'(2019) 등에서 활약했다.
올해는 특히 세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통화권 이탈'부터 tvN '외출'(2020), 그리고 21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김은정 극본, 권영일 연출)를 차례로 마쳤다. '가족입니다'는 가족 같은 타인과, 타인 같은 가족의 오해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김태훈은 첫째 은주(추자현)의 남편이자 보수적인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성소수자라는 비밀이 밝혀진 뒤 갈등을 겪었던 윤태형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태훈은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가족입니다'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가족입니다'에서는 아버지인 김상식(정진영)이 어느 날 갑자기 22세의 정신으로 돌아가게 되며 다시 아내 이진숙(원미경)과 연애하는 모습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이에 김태훈에게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태훈은 "요즘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든다. 잘 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돌아간다면, 저는 그냥 정말 어릴 때 맨날 동네에서 형들이랑 애들이랑 놀았던 야구하고 축구하고 놀았던 그 어린시절이 가장 즐거웠던 거 같고, 그때가 저의 전성기인 거 같다.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앞으로 잘 살아야 할 거 같다.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한 거 같고, 연기도 그렇고, 하면 할수록 살면 살수록 힘든 거 같고, 사는 것도, 어떻게 하면 더 어른이 점점 잘 되어갈까. 그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쉽지 않은 거구나 싶다. 어릴 때는 뭘 해도 상관이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늦게 깨달았나 보다. 다시 돌아가고 도망가는 것보다는 지금 잘 살아가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훈이 이같은 고민을 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입니다'가 있었다. 김태훈은 "이번 작품은 사실 그런 마음이 처음 들었다. 몇 년 후에 '그걸' 알 수 있겠다는. 그만큼 이유를 모르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변곡점처럼 어떤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그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하는 동안,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났고 여러가지가 섞였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이게 뭔지 , 혼란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면 뭔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훈은 "연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번에 정말 크게 느꼈다. 변곡점인 것이 그 느낌이 정말 세서다. 하면 할수록 힘들고,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했는데, 정말 그런 의미구나 했다. 저도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잘 모르겠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닫게 됐다. '이렇게 힘드나' 싶었다. 그러니까 잘 살고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엔 잘하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게 끊임없이 힘든 것들을 잘 다스리면서 성장하는구나 하는 의미였다"며 "재미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예전엔 신기한 것들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보다는 발견보다는 기대나 욕심, 혹은 책임이 훨씬 커지는 거 같고, 그게 더 눈에 잘 보이고, 그러니까 그걸 메우기 위해서 노력을 해도, 그게 끝이 없구나라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가족입니다'는 진정 어려운 작품이었다. 김태훈은 "기본적으로 이 역할이 힘들었고, 오히려 그런 은주랑 감정을 막 나누는 신들은 보시기에 약간 되게 힘겨웠을 것 같은 장면들은 아닐 거다. 그런데 되게 힘들었다. 오히려 일상에 속한 장면인데 그 인물로서 뭔가를 얘기하는 것이 어렵더라. 저희 대사들이 일상적이고 그런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저말 그 인물로, 진심으로 서있지 않으면 쉽지 않더라. 저만 그렇게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태훈은 "저를 하나의 톤으로 말씀해주시지 않는 거 같아서 저도 모르겠다. 쾌활한 성격인 거 같은데 배우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말씀을 듣는다. 저도 처음엔 밝고 귀여운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던 '일말의 순정' 팀은 아직도 단톡방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진짜 바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시트콤은 너무 즐거웠지만, 사실은 제가 재미있고 쾌활해서 좋은 거지, 일이지 않나. (시청자들을 위해)재미있게 만들어드려야 하지 않나. 그러기에는 제가 죄송하지만, 아직 그런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망가짐'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남았다. 김태훈은 "최근 똑똑한 역할을 많이했다"며 "진짜 망가지는 거 바보 같은 거 하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마약범도 해보고 싶고, 어두운 작품 속에서 얍삽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코믹도 좋고 아닌 것도 좋은데 어두운 거라도 폼 잡고 각 잡고가 아니라 정말 바닥의 사람, 그런걸 해보고 싶다. 갈 데까지 간 폼 잡지 않는 역할"이라며 변신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김태훈은 보기 드문 연예계 의리남이다. 작품을 함께했던 감독들의 입봉작을 함께해주는 등 남다른 의리를 보여주고 있는 바. "올해 단막극(통화권 이탈) 하나 한 것도 그런 느낌이었다. '일말의 순정' B팀 감독님이었던 형(서주완 PD)이 단막극을 하면서 같이 하자고 한거다. 또 개봉 안한 코미디 영화가 있는데 그것도 저의 학교 동기가 연출을 오랜만에 입봉을 하는 작품이다. 많이 나오지는 않고 잠깐 나오는데 그것도 코믹물이다. 공교롭게도 작년에 (촬영) 한 회차 두 회차 나가는 작품이 네 다섯 개가 개봉을 안한 게 있다. 다 좋아서 하기도 했고, 지인이 감독인 것도 있다. 종필이라고 예전에 '아저씨' 때 함께 형사로 나온 이종필 배우 겸 감독이 있는데 '도리화가' 감독이다. 그 친구는 대본도 안보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생이라 '형 그냥 하루 와' 하는데 아무 것도 안보고 갔다. 그냥 좋은 작품들이다. 좋아서 한 거고, 종필이와 하는 작품은 그런걸 생각 안하고 한 거다. 작년에 그런 작품이 꽤 있었다. 그런 감독님 중에 하나가 장률 감독님이다. '춘몽'도 제가 좋아서 찍었다"고 말했다.
"의리남은 아니다"고 손사레를 치며 '좋아서 한다'고 했지만, 김태훈은 차기작 역시 '의리'로 택하며 박수를 받았다. 김태훈이 합류한 '나빌레라'는 그와 '나쁜녀석들'을 함께했던 한동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작품. 그는 "이 형이랑 해보고 싶은 게 컸다. 전작들에 대한 마음도 있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며 엄지를 세웠다. 특히 김태훈은 '나빌레라'를 위해 이미 발레 연습에도 돌입했다는 후문. 발레타이즈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의리파답게 "시청자들이 불쾌해하시지 않는다면 감당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훈은 '가족입니다'를 마친 뒤 발레에 도전하는 노인과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나빌레라'에 합류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