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영화, 언론의 역할도 해야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양우석 감독(50)이 '강철비' 시리즈를 이어오는 이유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양우석 감독,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제작). 메가폰을 잡은 양우석 감독이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북한의 쿠데타와 전쟁 위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극찬을 받은 웹툰 '스틸레인'의 작가였던 양우석 감독은 지난 2013년 감독 데뷔작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의 가슴 속에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잊을 수 없는 대사를 남겼다. 이후 '강철비'(2017) 를 통해 웹툰과 연결되는 넓어진 세계관을 보여주며 어렵다고 외면했던 '북핵 문제'를 영화의 오락적 재미와 함께 대중에게 한발 가까이 가져다준 그가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더 커진 스케일 속에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강철비2: 정상회담'는 북미 평화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북미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는 대통령 한경재(정우성)의 모습을 통해 확장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여기에 꼼꼼한 고증과 전문가 자문으로 완성된 핵잠수함을 이용한 사실 넘치는 액션과 스릴은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까지 최대로 끌어올린다.
이날 양우석 감독은 3편의 웹툰과 두편의 영화로 이어져오고 있는 '강철비' 시리즈의 목적을 "시뮬레이션의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영화도 싫든 좋든 언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시뮬레이션을 해서 보여드리기 좋은 매체다. 한반도가 냉전이 깨졌는데도 평화로 가지 못했지 않나. 세계 많은 석학들은 냉전 체제 이후 유력하게 한반도가 가게 될 길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다. 전쟁, 협상을 통한 비핵화, 북한 체제의 붕괴, 대한민국의 핵무장이라는 거다. 그걸 시뮬레이션을 해서 보여주는 게 '강철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우리 같은 쪽은 네가지를 다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우리나라가 다른 대비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 체제 붕괴'라는 것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강철비'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쿠데타 등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해 다루고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독도를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문제와 열강들의 힘의 논리 사이에서도 중요한 지점으로 다루는 '강철비2'. 그러면서 일본을 한반도의 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양우석 감독은 "우리 영화를 통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빌런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영화에서 나오는 독도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전부 실제로 논의 됐고, 계획되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제 나이 세대만 해도 단순히 영화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영화는 세계를 보는 창이었다. 해외여행도 쉽지 않았던 세대를 살지 않았나. 그래서 저는 내가 몰랐던 것들이 영화로 나왔으며 좋더라. 저희가 독도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근복적인 것들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것들을 더욱 잘 설명하고 싶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양우석 감독은 1편과 달리 북한 대사에 북한 억양을 그대로 녹인 자막을 단 이유에 대해 묻자 "일단 첫번째로 '강철비' 1편의 학습효과도 있다. 1편에서 북한 사투리를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관객분들이 많이 계셨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두번째 이유는 북한을 외국처럼 봐라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영화에서 계속 언급하는 평화체제라는 시스템이 대한민국 헌법상 아직 내전상태이지 않나. 유엔의 도시 가입할 때는 서로 다른 나리이기때문에 한거다. 평화 체제 구축이 될라면 그래서 북한도 독립된 외국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국어 자막처럼 넣었다"며 "사실 북한 사투리를 우리 표준어로 번역하는 대사를 달아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말 어색하더라. 그래서 북한어를 그대로 자막으로 넣게 됐다"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북한어에 자막을 달았다는 것 만으로 외국도 아니고 같은 나라도 아닌 중간 포지션이라는 표현이 된 것 같다. 북한이라는 묘한 아이러니를 보여준 것 같다. 영어가 번역 자막이 나오는 것 처럼 북한 또한 외국어로 바라봤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우석 감독은 많은 장소 중 잠수함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했을까. 그는 "과연 남북미 정상들을 어디에 가두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사실 잠수함은 많은 국가에서 전략 무기로 분류된다. 잠수함이라는 무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까 공격당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게다가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이지 않나. 사실상 핵이 탑재된 핵잠수함을 가지고 있는게 군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라며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을 가지고 있어도 강대국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이유가 대지 위에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의 핵잠수함만 남아도 굉장히 위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핵의 최종목적지가 핵잠수함이다. 그런 설정을 신경쓴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수함 전투가 동해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동해의 수심이 정말 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잠수함이 득실대는 곳도 동해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공간적 설정도 있었다"고 말했다.남북문제, 핵 등 어려운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오락 영화로서의 유머를 잃지 않는 '강철비2'. 절충점을 찾는 과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양 감독은 "우리가 정상회담을 성명서로만 보지 그 뒤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르지 않나. 그 뒷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정상들을 가장 좁은 곳에 몰아놓고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자 싶었다. 그 과정에서 어느 틈에다가 딱딱하지 않게 유머를 넣을 수 있나 고민도 크게 했다"며 "통역관님이 통역하는 부분이 가장 웃음을 발휘했던 부분 중 하나인데 사실 통역하는 내용은 가장 어렵다. 관객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게 만드는 틈은 계속 지켜봐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우석 감독의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특히 반전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북 위원장 조선사 역의 유연석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유연석 배우를 북 위원장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일부로 실존인물에 대한 싱크로율을 피하기 위함"이라며 "외적으로 비슷한 사람을 캐스팅하면 '저 사람이 바로 북 위원장이겠구나'하지 않나. 그런 예측을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선사 북 위원장 캐릭터에 대해 "사실 우리가 북한을 바라볼 때 어느 때는 정신병자를 처럼 생각할 때도 있지 않나. 화해 모드 잘 가다가 갑자기 개성공단 불지르는 막가는 행동을 오가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그래서 북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둘로 나누게 됐다"며 "조선사(유연석) 북 위원장과 쿠데타 주동자인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가 바로 그 둘이다. 조선사라는 평화를 원하는 북한의 국민을 표현하는거고 호위총국장 박진우는 그 반대 세력을 표현한거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지킬 앤 하이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북 위원장과 달리 현재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는 극중 스무트 미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양 감독은 북 위원장과 달리 싱크로율을 높게 잡은 이유에 대해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는 아무래도 풍자를 위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풍자는 꼭 필요했고 풍자를 할 때는 약자가 아닌 강자로 해야 한다는게 원칙이다. 세계 최고의 최강자는 미국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을 풍자 캐릭터로 사용했다. 그리고 서양 동양 배우의 연기적 차이도 있던 것 같더라. 앵거스 배우가 정말 확 가지고 들여와서 특정 대통령을 연상하게 화끈하게 연기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어서 스무트 대통령의 이름 설정에 대해 "스무트 대통령은 1930년에 통과된 스무트 법이라는 보호무역 관련 법률이 있는데 그 이름에서 따왔다. 스무트라는 이름을 미국분들이 들으면 고립주의 정책이라는걸 바로 아실 거다. 미국의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을 펴는 것을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국중 의외의 또 다른 의외 캐스팅으로 꼽히는 국무총리 역의 김용림에 대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양 감독은 "국무총리가 미국을 크게 혼내는 장면이 있지 않나. 우리가 현실에서는 미국을 혼내지 않으니까 영화 속으로라도 혼내보고 싶었다"라며 "그렇다면 과연 누구한테 혼나야 가장 무서울까 고민해봤다. 바로 시어머니더라. 미국에게도 한국 시어머니의 매운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시어머니 역할을 많이 하신 김용림 배우님을 캐스팅하게 됐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한편, '강철비2: 정상회담'에는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앵거스 맥페이든, 신정근, 류수영, 염정아, 김용림 등이 출연한다. 오는 29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