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종합격투기에선 겸손은 미덕이 아니다. 서로를 때리고 넘어뜨려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에 겸손보다는 도발로 상대와 멘탈 싸움을 벌인다.
경기 후 서로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지만 그전까진 서로를 죽일 듯한 표정과 눈빛으로 거친 입담을 보여준다. 24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더블지FC 04 공식계체량에서도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라이트급 대결을 펼치는 진태호(로닌크루)는 상대 정제일(MOB짐)과의 리턴매치에 대해 "다시는 못덤비게 부상시키겠다"는 발언을 했고, 페더급의 서동현(팀스턴건)은 강신호(부천트라이스톤)에게 "2라운드 안에 피니시 하겠다"라고 했다.
이런 살벌한 발언 속에서 상대가 자신을 이길 수 있다는, 격투기 선수가 할 수 없는 의외의 발언이 나왔다.
패션매치에 나오는 박종헌(팀JS)이 그 주인공. 박종헌은 이영훈(팀파시)과의 라이트급 경기를 펼친다.
박종헌은 이날 계체량에 지각을 해 1라운드 1점 감점의 패널티를 받았다.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는 상황.
박종헌은 계체량 후 인터뷰에서 1점 감점에 대해 "경기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감점을 넘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발언에 계체량에 참석한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박종헌은 "이영훈 선수가 좋은 선수이고 타격이 좋아 저를 KO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황한 사회자가 "상대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 같다"며 박종헌의 발언을 감싸기도.
사실 격투기는 말은 필요없다. 누구의 펀치와 킥이 더 센 지는 하루 뒤인 25일 KBS아레나에서 누가 이길지 알 수 있다. 여의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