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이크를 잡고 K리그로 돌아온 하대성 한국프로축구연맹 해설위원(35)의 말이다.
인천 부평고를 거쳐 프로에 입문한 하대성은 울산 현대, 대구FC, 전북 현대 등에서 활약했다. 2010년 FC서울로 이적한 뒤 꽃을 피웠다. 그는 데얀(현 대구), 몰리나 등 공격진을 묵묵히 받쳐주는 중원의 핵심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하대성은 서울에서 K리그 두 차례 우승(2010, 2012)에 큰 힘을 보태며 팬들에게 '상암의 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대성은 이후 중국과 일본 무대를 두루 경험한 뒤 2017년 서울로 복귀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끝내 현역 커리어를 마감했다.
이제는 해설위원으로 제2의 축구 인생을 걸어간다. 올해 초 은퇴를 공식 선언한 하대성은 최근 연맹 K리그 중계제작팀의 해설위원으로 합류했다. 몇 달 동안 현장을 돌며 리허설을 마친 '하 위원'은 드디어 실전 무대에 나섰다. 그는 2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와 경남FC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대결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정신없이 흘러간 전후반 90분. 데뷔전을 마친 '초보 해설' 하대성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하대성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훈련을 몇 번하고서는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계약 뒤 '빼박(빼지도, 바꾸지도 못한다)'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준비했다. 데뷔 해설을 했는데 현실을 깨달았다.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데뷔전이었다. 그는 해설위원으로 입문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공부를 했다. 이날 경기를 위해 수차례 '나홀로 리허설'을 하기도 했다.
하대성은 "(해설 데뷔전을 앞두고)잠은 잘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많은 분께서 도와주셨다. 준비했던 것보다 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마이크 잡은 형-축구화 신은 동생'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대성의 친동생인 경남 하성민이 이날 선발로 경기를 소화했기 때문. 그러나 하대성은 "솔직히 내 것 하느라 동생 경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90분 동안 2~3번밖에 보지 못했다. 정신이 없었다. 역시 해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웃었다.
정든 축구화를 벗고 새로 걸어가는 길. 하대성의 제2 축구인생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는 "정보를 많이 찾고 경기를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 경기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하루였다. 준비했던 것보다 잘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더 준비 잘해서 마음에 드는 중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