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을 뜻하는 무지가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 엄지발가락 아래 뼈가 툭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23% 정도에서 나타나며, 발 변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원인은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선천적 요인으로는 평발, 넓적한 발, 유연한 발 등 유전적으로 타고난 경우다. 그러나 최근에는 후천적인 요인이 더 주목받는 추세다. 하이힐 등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경우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특히 하이힐을 즐겨 신는 젊은 여성에게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족부족관절정형외과 이홍섭 교수는 "구두 굽이 3㎝ 이상이면 발에 무리가 온다. 특히 하이힐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엄지발가락에 압력이 집중된다. 발 전체에 골고루 가해져야 할 압력이 한곳에 집중적으로 가해지면서 염증과 굳은살이 생기고, 더 심해지면 발가락 관절이 붓는다. 발가락뼈를 둘러싸고 있는 관절막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으로 발전한다. 무지외반증이 있다면 하이힐도 요령껏 신는 게 중요하다. 착용은 주 3회로 제한하고, 틈틈이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운동을, 굽이 높더라도 신발 앞 폭이 넓은 것을 선택하라"며 조언했다.
무지외반증은 외형적으로 보기 싫다는 단점이 두드러지지만 사실 통증이 가장 큰 문제다. 다섯 개의 발가락이 서로 붙어있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한쪽으로 삐뚤어지면, 나머지 발가락들도 변형과 함께 통증이 발생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엄지발가락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머지 발가락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발가락에 굳은살이 생기고, 발가락이 저리고 아픈 신경통도 동반될 수 있다. 초반에는 신발을 신고 오래 걸으면 아프고 쉽게 피로한 증상을 보이다가 심해지면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초기 증상을 그대로 두면 발가락 변형이 계속 진행된다. 잘못된 걸음걸이로 인해 허리, 무릎, 골반의 건강까지 악화시킨다.
무지외반증을 초기에 발견했다면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변형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편안한 신발로 바꿔 신는 것! 앞코가 넓은 신발, 발볼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나 운동화를 신는 것도 좋다. 신발만 바꿔도 통증이 사라지고 붓기가 회복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통기성이 좋은 샌들을 즐겨 신는다. 그러나 샌들 역시 무지외반증을 악화시키거나 발생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지외반증 수술은 교정 절골술이 대표적이다. 튀어나온 발가락뼈를 잘라내 정상적인 위치에 옮겨 놓은 후 핀을 이용해 연결해 주는 방법이다. 발가락 변형이 심하다면 단일 절골술보다는 중족골과 족지골에서 두 번의 절골술을 시행해 변형 교정에 대한 치료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 두 번 절골술은 기존의 한 번 절골술이 변형된 발가락의 중족골 원위부(비뚤어진 발가락이 시작하는 지점)에서만 교정을 하던 것을 끝부분(중족골과 발가락이 맞닿는 부위)에서 한 번 더 교정해 변형을 완전하게 바로잡는 시술법이다. 무엇보다 무지외반증 정도에 따라 한 번 또는 두 번 절골술을 시행하는 등 치료법이 다르므로 병원을 방문해 족부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보통 3일째 보조기 신발을 착용하고 뒤꿈치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며, 입원은 약 일주일 정도다. 이후 약 8주경에 금속핀 제거술을 받으며, 이때 발볼의 부기가 잘 빠질 수 있도록 붕대로 감아준다. 양쪽에 발생한 경우는 8주 이상 간격을 두고 수술을 받아야만 재활과 절골부의 골유합이 안전하게 일어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