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기다려주신 정정용 감독님 감사합니다."
K리그2 시즌이 이미 10라운드가 지났건만 "나에겐 이제 시작이다"라고 한풀이 결의를 다지는 이가 있다.
서울 이랜드의 부주장 김진환(31)이다. 과거 인천 시절 '골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알린 주인공이다.
그가 뒤늦게 시즌을 시작하며 '한풀이' 다짐을 한 사연이 있다. 작년 말 광주에서 서울 이랜드로 이적한 김진환은 프로생활 처음으로 '부주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광주에서보다 출전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팀 내 '형님'으로서 어깨도 무거워진 그는 어느 때보다 신나게 동계훈련을 준비했다. 성공적으로 '겨울나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충만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불운을 맞았다. 지난 4월 17일 자체 연습경기 도중 왼쪽 햄스트링이 파열되는 부상을 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출발'의 시작은 부상과 함께 묻혔다. 지난해 광주에서도 같은 시기에 무릎 부상을 해 전력에서 제외된 악몽이 있던 터라 '트라우마'에 빠질 법했다.
하지만 김진환은 낙담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성격이다. 감독님께, 팀에 죄송한 마음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회복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했다."
같은 부상을 겪어봤던 '절친' 여 름(광주)의 조언을 받으며 묵묵히 다시 준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지난 1일 FA컵 3라운드 제주와의 경기에서 마침내 '때'를 만났다.
그런데 또 '불운'이다. 제주전에서 수비수로 올해 첫 출전한 그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골넣는 수비수' 특유의 세트피스 상황 공격 가담에서 만든 골이었다. 추가골을 더한 서울 이랜드는 2-0으로 앞서며 승리를 거두는가 했지만 판정 불운이 겹친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접전 끝에 2대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골넣는 수비수'는 또 묻혔다.
이쯤되면 이른바 '멘붕'이 될 만하지만 속으로 다시 '좌절금지'를 외쳤단다. 스승 정정용 감독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정 감독은 김진환이 부상 중일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정신적 지주였다. "조급해 하지도, 부담도 갖지 말고 성공적으로 회복하는 데에만 몰두하라"며 다독여 준 이가 정 감독이었다.
김진환은 "감독님이 왜 U-20 월드컵 신화의 명장인지 겪어보니 알겠더라. 우리 선수 모두에게 공정하게 마음을 주시는 지도자의 자세에서 많은 점을 배우게 된다"면서 "그 덕분에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보니 낙담할 겨를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진환은 지난 11일 리그 데뷔전인 경남과의 10라운드(2대1 승)에서 비로소 활짝 웃었다. 자신이 골을 넣은 건 아니지만 첫 선발 출전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어? 임대선수 왔나." 김진환이 하필 여름 이적시장 기간에 부상 복귀했을 때, 정 감독이 경상도 특유의 스타일로 툭 던진 '환영사'였다. 무심한 듯 정깊은 이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다는 김진환은 "신입선수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에겐 이제 시즌 시작이다"면서 "기다려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만큼 그동안 부주장으로서 못다한 역할을 만회해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고 다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