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돌아온 하주석이 한화 이글스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3루 도루를 성공시키며 선취점을 만들어냈고, 멋진 호수비로 흔들리던 정우람을 구원했다.
하주석을 향한 최원호 감독 대행의 시선은 '금지옥엽'을 보는 듯 하다. 최 대행은 지난 8일 약 두 달만에 1군에 복귀한 하주석에게 이례적인 '1루 전력질주 금지' 지시를 내렸다. 혹시나 모를 부상 방지를 위해서다.
하주석이 없는 동안 한화는 바닥 없이 추락했다. 그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주석이 지난 5월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도 역시 1루로 전력질주하던 과정이었다. 이미 지난해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겪은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에 나선 하주석의 눈에는 승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주석은 10일 SK 와이번스 전에서 공수주에 걸친 맹활약으로 팀의 6대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한화의 선취점은 하주석의 발로 만들어졌다. 4회말 중견수 앞 안타로 출루한 하주석은 상대 폭투를 틈타 2루를 밟았다. 다음 순간 예상치 못한 3루 도루로 SK 선발 김주한을 흔들었다. 이어진 1사 만루의 찬스에서 정은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으로 전력 질주, 홈을 밟았다. 하주석은 7회말 SK의 3연속 밀어내기 볼넷 때 홈을 밟아 1득점을 추가했다.
수비에서 더욱 빛났다. 이날 한화 수비의 시작과 끝은 하주석이었다. 1회 제이미 로맥의 유격수 직선타 때 재빠른 판단으로 더블아웃을 만들어냈고, 9회초에는 채태인의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를 일단 막은 뒤 2루 포스아웃으로 침착하게 연결, 경기를 끝냈다. 마무리 정우람이 9회에만 3점을 허용하며 급격히 흔들리던 상황이었던 만큼, 더욱 귀중한 수비였다. 한화에 하주석이란 이름 세 글자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앞서 하주석과 오선진이 같은날 부상으로 빠지면서, 한화는 유격수 수비 불안과 9회 역전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김범수-김민우-장시환으로 이어지는 한화 토종 선발진이 안정된 시기가 오선진의 복귀 시점과 맞물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 대행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 자꾸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면 투수들이 불안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주석이 유격수, 오선진이 3루수로 나서면 한화 내야는 공수에서 한층 탄탄해진다. '아프지만 마라.' 하주석을 향한 한화 코치진의 팬들의 마음이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