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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선]'82년생 동기' 이대호-김태균, 서로를 향한 격려와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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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와 김태균(38·한화 이글스)는 '82년생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타자다.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제패 후 둘은 비슷한 길을 걸었다. 팀의 간판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짊어지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다. 두 선수의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여전히 크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두 선수를 두고 가장 회자되는 말은 '에이징 커브'다. 이대호는 지난해 타격 지표 대부분이 하향곡선을 그렸고, 김태균도 마찬가지였다. 추락한 팀 성적은 이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키웠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들에게 전성기 기량을 바라는 것은 무리.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하는 타격, 수비 능력을 커버하기 위해 굵은 땀을 흘리길 반복할 뿐이다.

여전히 이들을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이대호는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진 타격감을 앞세워 순항 중이지만, 팀은 좀처럼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은 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과 부진 속에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8일 대전. 이날 이대호는 4번 지명 타자, 김태균은 4번 타자-1루수로 각각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회초 선제 적시타를 치고 출루한 이대호는 1루 베이스를 지키던 김태균과 인사를 나눴다. 찰나의 순간 오고 간 두 선수의 대화는 여러 의미를 담을 만했다.

이대호는 이날 3안타를 치며 롯데의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김태균은 팀이 0-6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만든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대호는 경기 후 "솔직히 (나나 김태균에게) 힘든 시기다"라고 고백했다.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전성기 때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나이는 계속 들고, 야구를 계속 잘할 순 없다. 항상 성적이 좋을 순 없다. 주변의 시선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는 프로의 숙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부분. 때문에 고개를 숙일 여유를 부릴 순 없다. 이대호 역시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껏 야구를 해왔던 게 있고, 주변 시선만 신경 쓸 순 없다. 타석마다 신중하게 준비해 내 기량을 펼쳐 보인다면 성적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과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보다,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태균은 "(82년생 동기들 모두) 다들 지금까지 잘해온 선수들이다. 지난 겨울도 다들 알차게 보냈을 것이기에 좋은 결과를 낼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길 바라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 바 있다. 자신을 향해 응원을 보낸 이대호와 다르지 않은 시선. 그 속엔 팀 전력에 힘을 보태야 할 자신을 향한 채찍질도 숨어 있다.

두 82년생 동기가 주고받은 격려와 희망가, 그 속뜻은 결국 팀의 성공과 '해피엔딩'일 것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