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퓨처스리그만 다녀오면 확 달라진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 이야기다.
올 시즌 1군 선수들의 경산행은 보편적인 일이 됐다.
허삼영 감독의 확고한 운영 방침 때문이다. 허 감독에게는 "아픈 선수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치열한 승부 속에 지치고, 부진한 선수도 마찬가지다. 길어지면 2군에 가서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휴식과 치료를 병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퓨처스리그에서 실전을 치른다.
주전급 활약이 가능해지면 콜업된다. 올라오는 시점에 힘이 넘친다. 퓨처스리그 행은 빡빡한 시즌 속 방전된 선수의 재충전 시간이다.
2군에 다녀온 뒤 맹활약 하는 선수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시즌 초 부진하던 박해민이 슬럼프를 떨치고 2번타자로 돌아왔다. 지난달 5일 1군 복귀 이후 28경기에서 0.371타율과 4홈런, 17타점, 23득점, 4도루로 맹활약 하고 있다.
시즌 초 활약하다 주춤했던 김동엽도 2군에 다녀온 뒤 달라졌다. 지난달 25일 콜업 후 11게임에서 4안타 게임 포함, 44타수16안타(0.364), 1홈런, 10타점, 2도루로 펄펄 날고 있다.
이성곤은 지난달 24일 콜업 후 파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12경기에서 0.424의 타율과 2홈런 5타점 5득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중심타자로 발돋움 했다. 콜업 후 12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적은 단 3차례 뿐이다.
이원석도 부상을 털고 2군 경기를 치른 뒤 지난달 14일 복귀했다. 헛스윙 비율이 줄면서 줄곧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18경기에서 3할 타율과 1홈런, 14타점을 기록중이다.
현재는 차세대 거포 이성규가 퓨처스리그에 머물며 영점 조정 중이다.
투수 쪽에서도 2군을 다녀온 필승조 장필준이 제 구위를 완벽하게 회복해 올라왔다. 장필준은 지난달 30일 복귀 후 3경기에서 3이닝 동안 단 1피안타 만을 허용했다. 볼넷도 실점도 없다. 5일 LG전에서도 6회 등판, 1이닝 3타자를 단 6구 만에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현재는 최지광 임현준이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맞추고 콜업을 준비중이다.
재정비를 도와주는 경산 스태프도 탄탄하다.
퓨처스리그 오치아이 감독은 투수전문가다. 권오원 투수코치, 조규제 육성군 코치와 함께 투수 회복 과정과 성장을 돕는다.
타격 쪽에서는 김종훈 코치가 '하체 활용'이란 기본기를 각성시키며 반등을 이끌고 있다.
박해민과 이성곤은 입을 모아 "김종훈 코치님께서 하체를 활용하는 타격을 심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2군에서 부쩍 좋아진 선구안으로 끝내기 볼넷을 골라낸 김호재는 "김종훈 코치님께서 왼쪽 발 스트라이드를 강하게 딛으라고 조언해주셨다. 그 이후 미리 준비할 시간이 많아 선구안도 좋아지고, 허리 턴도 더 강하게 할 수 있어 타격에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증언했다.
삼성의 퓨처스리그 매직. 근본적인 힘은 동기 부여에서 나온다.
언제든 콜업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러다보니 퓨처스리그에 활력이 넘친다.
"저희도 누가 올라갈 지 감이 없어요. 누가 언제 올라갈 지 모른다, 준비하고 있으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죠. 형들이 2군 오시면 퓨처스 팀 분위기가 엄청 좋다고 그래요. 야구만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1군에 올라가서도 이 느낌이면 무조건 잘하겠다 싶죠."
김호재의 증언이다.
삼성의 퓨처스리그 매직.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경산의 탄탄한 시스템 속에 삼성 야구가 다시 한번 명가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