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저도 그런 건 잘…(웃음)"
짜릿한 역전승에도 무표정으로 소감을 말하던 대구FC 이병근 감독대행이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5분만에 3골을 넣은 경기를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미소지었다.
대구가 프로무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 전반 초반 이민기의 다이렉트 퇴장으로 1명이 많은 상황에서도 펠리페에게 선제실점하며 전반을 0-1로 마쳤다.
불안하게 시작한 후반. 다분히 광주의 수비에 고전하던 대구는 전반 3분만에 동점골을 낚았다.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 김대원이 환상적인 턴동작에 이어 골문 좌측 하단을 노린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기습 펀치를 맞은 광주가 흔들리는 틈을 노려 1분 24초 뒤 역전에 성공했다. 츠바사가 상대 박스 안으로 찔러넣은 공간패스를 데얀이 잡아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8분 김대원이 상대진영 우측에서 반대쪽 골포스트 방향으로 길게 띄운 크로스를 데얀이 간결하게 헤더로 밀어넣었다. 0-1이던 스코어가 순식간에 3-1로 바뀌었다. 첫 골부터 세 번째 골까지 걸린 시간은 4분48초. 96초당 1골씩 만들었다.
여기에는 이병근 대행의 전술 지시가 한 몫 했다. 이 대행은 전반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우측 지점, 그러니까 상대의 왼쪽 측면 공략을 지시했다. 정확히는 레프트백 이으뜸과 왼쪽 센터백 아슐마토프의 사이 공간을 찍었다. 그 전략은 귀신같이 맞아떨어졌다. 3골 모두 이 부근에서 만들어졌다. 대구는 후반에만 4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으로 4대2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FA컵 포함 4연승, 최상의 분위기로 울산 현대(2위)와 상주 상무(3위)와의 2연전을 치르게 됐다.
3연패 뒤 3연승, 그리고 다시 3연패 늪에 빠진 광주의 박진섭 감독은 "축구를 하다 보면 (5분만에 3골을 허용하고, 한 경기에 2명이 퇴장당하는)이런 상황도 생긴다"고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매경기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선 "실수에서 비롯된 실점이 나온다. 주지시키겠다. 훈련 과정에서 집중력을 요구할 생각이다. 다운된 분위기를 강원전을 앞두고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광주는 이날 퇴장당한 멀티 플레이어 이민기와 미드필더 여봉훈, 사후징계를 받은 윙어 윌리안 없이 '죽음의 4연전' 마지막 경기인 강원을 맞이해야 한다. 광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