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시즌 첫 '슈퍼매치'는 팬들 사이에서 '슬퍼매치'로 불리는 신세가 됐다. 우승권이 아닌, 강등권 바로 위인 9위(FC서울)와 10위(수원 삼성) 위치에서 벌이는 싸움, 양팀팬들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라이벌전을 지켜봐도 이상할 게 없다. 이날 결과에 따라 슬픔이 오열이 될 수 있고, 희열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놓칠 수 없는 '단두대 더비'를 앞두고 양 팀의 담당기자들이 담당팀의 승리 이유를 대며 지상대결을 펼쳤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길 때가 됐다. 5대1로 대승한 2015년 4월 18일 이후 5년 하고도 2개월 넘게 승리하지 못했다. FC서울전 16경기 무승으로 전통명가 수원의 자존심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더 떨어질 곳이 없다. 늦출 것도 없이, 이번에 잡아야 한다. 슈퍼매치 승리는 '감독생명'을 연장시키는 동시에 빅버드를 둘러싼 먹구름을 걷히게 할 특효약이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9라운드 현재 2승2무5패, 승점 8점으로 10위에 처진 수원은 하루빨리 하위권에서 탈출해야 한다. 부진의 시간이 길어지면 라커룸 내에 '루징 멘털리티'가 퍼져 극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공격 전략, 수비 조직력, 체력, 집중력 등을 통칭한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승점 1점차로 9위에 오른 서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은 올 시즌 9경기에서 6번 패했다. 9경기에서 리그 최다인 18골을 내줬다. 단단한 수비를 통해 K리그를 호령했던 최용수식 축구가 흔들린다는 증거다. 지난 라운드 인천전 승리를 통해 연패에서 탈출했지만, 상대가 급격히 흔들리는 인천이라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인천의 임완섭 감독은 이 경기 이후 사퇴했다.
수원은 지난 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득점하지 못하며 0대1로 패했다. 하지만 그 이전 3경기에서 5골을 몰아쳤다. 염기훈의 공간 패스에 이은 타가트의 감각적인 골(성남전), 고승범의 스루패스에 이은 김민우의 골(강원전), 고승범의 직접 프리킥 골(대구전) 등 다양한 패턴의 득점이 나온 점은 고무적이다.
수원은 지난해 득점왕 타가트,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크르피치, 볼 컨트롤이 뛰어난 김건희, 집요하게 수비를 괴롭혀줄 한의권 등 다양한 공격카드를 보유했다. 이제, 조합의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수원은 주장이자 핵심 미드필더, 전문 키커인 염기훈이 지도자 연수로 빠진다. 지난 1일에는 레프트백 홍 철이 울산 현대로 이적했다. '좌파 축구'의 중심축을 이뤘던 두 왼발잡이, 2015년 4월 슈퍼매치에서 맹활약했던 수원맨들의 결장 공백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염기훈은 왼발 킥 정확도, 볼 키핑 능력은 팀내 최고 수준이지만, 기동성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홍 철이 지난 한달여 동안 부상으로 빠진 시기에 멀티 플레이어 김민우가 빈자리를 잘 메웠다. 수원은 홍 철 부상 기간에 2승을 챙겼다.
수원이 서울전 무승 행진에 종지부를 찍는 지름길은 오스마르의 패스길을 막는 것이다. 고승범 박상혁 이종성 등 수원의 미드필드진이 많은 활동량으로 오스마르의 템포 조절을 방해해야 한다. 오스마르는 발이 느리지만, 생각의 속도와 패스의 속도가 빠른 선수여서 수원의 허를 찌를 수 있다. 서울이 오스마르가 장기부상을 하기 직전 경기에서 승리하고 복귀전에서 승리한 게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고승범 역할이 중요하다. 고승범은 지난해 FA컵 결승전 멀티골로 우승을 이끈 뒤 팀 중원의 대체불가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활동량과 투지는 기본이요, 대포알 중거리 슈팅 능력을 장착했다. 동계 훈련때부터 '수원 레전드' 김두현 코치의 특훈을 받아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다. 고승범이 '수원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를 벗어나 염기훈과 같은 영웅 이미지를 얻으려면 슈퍼매치에서도 빛날 줄 알아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