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나치게 잘 하려는 마음. 부담감의 다른 표현이다.
SK '잠수함' 박종훈이 위력적 투구에도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는 마음에 발목이 잡혔다.
탈삼진 8개나 잡을 정도로 구위가 좋았지만 연패 중이라 지나치게 신중했다. 초반 투구수가 많아 채 5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박종훈은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 선발 등판, 4⅔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2사구로 2실점했다. 탈삼진을 8개나 잡을 만큼 커브의 날카로움이 대단했다. 특히 박종훈을 경험하지 못한 삼성의 젊은 타자들은 타이밍 맞히는 데 큰 어려움을 겪으며 자기 스윙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위력투에도 불구, 박종훈은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완벽하게 던지려다 보니 투구수가 많아졌다. 이는 곧 조기강판으로 이어졌다.
부담감을 가진 이유는 크게 세가지.
첫째, 자신의 최근 부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종훈은 12일 KIA전을 시작으로 3연패 중이었다. 3연패 기간 동안 6이닝 4실점→5이닝 5실점→3이닝 9실점으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삼성전은 반등의 터닝포인트로 삼아야 할 경기였다.
둘째, 팀 타선의 슬럼프였다. SK타선은 지난 27,28일 LG전 2경기 연속 영봉패를 했다. 이날도 7회 2사 후 최준우의 데뷔 첫 홈런이 터지기 전까지 24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 중이었다. 적은 실점도 연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마음의 짐이 됐다.
셋째, 삼성의 뛰는 야구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삼성에는 빠른 선수가 많다. 대부분 야수들이 주루플레이에 적극적이다. 팀 도루 45개로 2위 LG(34도루)에 크게 앞선 압도적 1위다. 반면, 잠수함 박종훈은 퀵 모션에 한계가 있다. 올 시즌도 21차례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 저지는 단 2차례 뿐이었다. 빠른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려다 보니 투구수가 늘었다. 빠른 주자가 나가면 도루 저지를 의식해 볼이 더 많아졌다.
박종훈은 3회말 1사 후 구자욱을 사구로 출루시킨 뒤 얼굴을 찡그리며 크게 아쉬워 했다.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덕아웃에서도 자책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종훈의 공은 분명 이전 3경기에 비해 위력적이었다. 커브라는 위닝샷도 확실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반등의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음의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