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의 KBO리그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30)의 수비력 향상이다. 필자가 오지환의 성장을 전하고 싶은 일본인이 있다. 2010년 LG에서 외국인 투수로 뛰었고, 현재 일본 센다이시에서 곱창전골집을 운영하는 오카모토 신야씨(46)다. 오카모토는 LG에서 뛰었던 10년 전 "오지환은 글러브 핸들링이 미숙하다"고 한숨을 쉬면서 필자에게 토로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카모토에게 "오지환의 수비가 좋아졌다"고 전달하니 그는 큰 목소리로 "거짓말이지요!"라며 놀랐다. 당시 LG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오카모토는 오지환의 실책을 계기로 패전투수가 된 경험도 있었다.
2010년 5월 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 4-3으로 LG가 1점 리드한 8회말에 등판한 오카모토는 1사 2루에서 3번타자 김재현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오지환이 정면으로 들어간 공의 바운드를 놓쳐 포구에 실패했다. 오지환은 떨어진 볼을 잡고 바로 1루에 던졌지만 김재현은 세이프가 됐다. 오카모토는 후속타자에게 폭투와 적시타를 허용하고 경기는 4-5로 SK가 역전했다. LG는 9회초 5-5 동점에 성공했지만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카모토는 결국 조동화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그 시즌 10번째 등판으로 첫 실점, 첫 패배를 했다.
당시 오카모토는 오지환에게 직접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내가 주니치에서 뛰었을 때 이바타(히로카즈)라는 수비 스페셜리스트가 있었다. 그는 땅볼을 잡으려 할 때 '바운드는 꼭 변화한다고 생각해서 글로브안에 볼이 들어갈 때까지 볼에 집중해야한다. 볼이 스스로 글로브에 들어가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오카모토는 내야수가 아닌 투수고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오지환에게 그런 조언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오지환이라서 가능한 에피소드다.
당시를 회상하는 오카모토에게 최근 오지환의 플레이 영상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오지환의 모습을 본 오카모토는 "어른이 됐구나"라며 본인의 감상을 말했다. 그리고 오지환이 3루수-유격수 사이의 땅볼을 가벼운 글러브질로 역동작으로 잡은 장면을 본 오카모토는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네요. 예전 같으면 정면으로 들어갔을텐데, 다리 이동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오카모토는 "오지환은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였지만 기술은 미숙했다. 선수 중에는 어렸을 때 많은 출장 기회를 받고 뛰면서 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지환이 그런 선수인 것 같다"며 오지환을 떠올렸다.
오카모토는 LG 시절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작년에는 센다이가 연고지인 라쿠텐 이글스에서 코치연수를 받은 전 동료 이진영(현 SK 코치)이 오카모토의 가게를 방문해 만남을 갖기도 했다.
10년 전 스무살 청년이었던 오지환을 '미완성'이라고 느꼈던 오카모토. 세월이 지나서 업그레이드된 오지환의 모습을 본 오카모토의 얼굴에는 기쁜 미소가 있었다. 프로야구는 플레이와 함께 사람의 성장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이를 오지환과 오카모토를 통해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