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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빌딩은 삼성화재처럼'이란 말 듣고파" '신인 감독' 고희진이 꿈꾸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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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보는 사람도 신나고 즐거운 팀, (선수라면)뛰어보고 싶은 팀 삼성화재를 만들고 싶다."

'최강 삼성화재'의 막내였던 고희진이 어느덧 사령탑이 됐다.

고희진 감독은 평생을 배구계의 '올드스쿨' 삼성화재에서 보냈다. 2003년 입단, 13년의 선수생활, 코치를 거쳐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 8번의 V리그 우승, 3번의 준우승, 2015~16시즌 이후의 추락까지 모두 곁에서 경험하고 지켜봤다.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한지 어느덧 5시즌이 지났다. 지난 시즌에는 역대 최저인 5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고 감독의 입에서는 '명가 재건'이 아닌, 변화와 리빌딩이 먼저 나왔다. 1980년생, 4대 프로스포츠 첫 80년대생 감독이라는 프로필이 절로 떠오른다.

"과거의 문화가 나쁘다고 할순 없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우린 리빌딩이 필요하다. '(선수들이)오고 싶은 팀'이 돼야한다. 그동안 성적에 얽매여서 못했다. '리빌딩은 삼성화재처럼'이란 말을 듣는게 목표다. 젊고 패기가 넘치는 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팀을 만들고 싶다."

고 감독의 첫 행보부터 파격적이었다. 그간 팀의 중심을 이뤘던 송희채와 류윤식, 보상선수로 영입한 이호건을 보내고, 대신 노재욱과 황경민, 김광국, 김시훈을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삼성화재는 지난 4월 27일부터 선수단을 소집해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 22일에는 '명가 라이벌' 현대캐피탈의 숙소를 방문, 2박3일간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시국의 특수성, 최태웅 감독과의 친분, 현대캐피탈 사무국의 대승적인 허락 덕분에 이뤄진 이벤트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적자(嫡子)이면서도 그간의 삼성화재와는 다른, '감독 고희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선수단이 많이 바뀌었다.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려면 훈련보다는 시합이 좋다. 많은 연습경기를 치렀고, 이번에 또 좋은 기회가 있어 함께 했다."

배구 시즌은 오는 8월 KOVO컵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KOVO컵의 개최 여부가 불분명하다. 고 감독은 "난 신인 감독이다. 정규 시즌에 앞서 경험을 쌓아야하는 입장이다. (KOVO컵이)꼭 열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삼성화재는 배구의 기본인 리시브와 세트가 무너지면서 지난 시즌 내내 어려운 경기를 했다. 리시브 효율 28.4%는 리그 최하위(7위) 기록이다. 세트 역시 5위에 그쳤다. 이를 보강하기 위한 고희진 감독의 선택은 전문 코치 영입이었다. 국가대표 출신 김영래(세터), 이강주(리베로) 코치가 삼성화재에 합류한 이유다. 고 감독은 김영래 코치와는 고교시절, 이강주 코치와는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10년 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박철우의 공백은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박철우는 팀내 최다득점(444득점)을 올리면서도 공격 성공률(51.5%)도 1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공격수였다. 서브 역시 박철우가 1위였다. 하지만 박철우는 3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결정했다. 뜻하지 않게 박철우가 떠난 이상, 삼성화재의 리빌딩 기조는 더 굳건해졌다.

리빌딩의 중심은 2018~2019시즌 신인상에 빛나는 레프트 황경민이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0.7점, 리시브 정확도 46.3%를 기록했다. 다른 한 자리를 두고 정성규와 신장호가 경쟁한다.

"황경민에게 '지금 넌 스타 플레이어다. 내가 수퍼스타로 키워주겠다'고 했다. 기량은 말할 것도 없고, 성실하고 배구에 대한 자세도 좋은 선수다. 정말 기대가 크다. 정성규가 지난 시즌 잘했고, 신장호도 정말 좋은 선수다. 올시즌 기대해도 좋다."

박상하와 지태환이 베테랑이자 센터로서 팀 중심을 잡고, 리베로는 이지석이 맡는다. 리베로의 경우 최근 이승현을 방출하면서 이지석 1명밖에 남지 않았다. 일단은 이지석을 믿고 갈 예정이다. 고 감독은 "플랜B, C도 준비중이지만, 지금은 이지석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라고 강조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노재욱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올시즌 세터진은 김형진과 김광국의 경쟁 체제로 운영된다. 경쟁을 통한 두 선수의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시즌보다 발전한 공격력을 보여주려면 세터의 안정감이 필수적이다.

라이트는 외국인 선수 바토즈 크라이첵의 자리다. 오는 7월초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 크라이첵은 올시즌 삼성화재에겐 최대 변수다. 2m7 장신의 라이트 공격수다. 고 감독은 "영상만 봤을 때는 스피드 파워 기술 높이 다 갖춘 선수"라면서도 "실제로 본 뒤에 말씀드리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다시 챔피언전에 도전한다면 좋겠지만, 올시즌은 '변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해는 달라졌다, 삼성화재 경기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새로운 시즌을 앞둔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