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조정래(47) 감독이 국악인이자 배우 이봉근(37)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 사라진 아내 간난(이유리)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 그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소리꾼'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위안부를 소재로 한 전작 '귀향'(16)으로 358만명의 관객을 울린 조정래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소리꾼'. 한국 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93)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정통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은 가장 한국적인 소리로 7월 관객을 찾게 됐다.
특히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실제로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연출자다. 대학 시절부터 약 28년간 우리 소리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소리꾼'을 준비했다는 조정래 감독은 '소리꾼'에 가장 한국적인 한(恨)과 해학의 정서는 물론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을 담아냈다. 여기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천민 신분이었던 소리꾼들이 겪는 설움과 아픔을 내면에 담아냈다.
조정래 감독은 극 중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지고지순한 소리꾼 학규 역의 이봉근부터 학규의 사라진 아내 간난 역의 이유리, 학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북 치는 장단잽 대봉 역의 박철민, 학규가 길 위에서 만난 몰락 양반 역의 김동완까지 최고의 앙상블을 구현할 수 있도록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었고 여기에 정직하면서도 담담한 자신만의 연출을 '소리꾼'에 투영해 보는 이들의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날 조정래 감독은 국악인인 이봉근을 주연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2003년 쯤 이봉근을 처음 알게됐다. 당시 이봉근은 워낙 소리를 잘하는 명창으로 유명했다. 모험적인 부분일 수도 있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진짜 주인공은 소리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하면 이 소리를 잘 구현할지, 또 이 소리를 통해 서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연구했고 그 주인공이 바로 이봉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소리꾼'의 학규 역을 연기하는 배우는 소리는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연기를 잘하는 분을 데려왔을 때도 소리를 배우면 할 수 있겠지만 과연 소리를 기본으로 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오랫동안 해왔던 소리에 대한 감성을 녹일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처음에는 주변에서 이봉근을 캐스팅한다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했다. 흔히 말해 톱스타를 섭외 하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고 나 역시 깊이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 결론은 이봉근 하나였다. 이봉근에게 현장에서 '소리를 버리고 연기를 택하라'고 계속해서 말을 했다. 이봉근은 이미 소리가 완성된 사람이니 소리를 넘어 연기적인 면모를 더욱 끌어내고 싶었다. 또 영화 안에 나오는 소리도 어떻게 보면 모두 다 연기다. 특히 엔딩에서 이봉근이 열연한 연기는 내가 소리에 미쳐서 살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소리 중 최고의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이봉근도 자신이 낸 소리 중 '이런 소리는 처음이다'고 하더라. 그때 나는 소리가 무엇인지 들은 것 같다. 정말 그때 모든 스태프가 이봉근의 소리에 다 울었다"고 이봉근을 향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소리꾼'은 이봉근, 이유리, 김하연, 박철민, 김동완, 김민준, 김하연 등이 출연했고 '두레소리' '파울볼'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7월 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