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34세 베테랑, 지난 시즌 트리플A 30홈런, 득점권 타율이 높은 클러치 히터. 외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우타 외야수. 일단 프로필은 한화에 딱 맞는 퍼즐이다.
한화의 '쇄신 노력'이 외국인 타자의 교체로 이어졌다. 부진의 늪에 빠진 제라드 호잉 대신 새 얼굴 브랜든 반즈를 선택했다. 길었던 18연패와 노수광의 트레이드 영입이 이어질 때부터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아직 시즌의 30%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 지난 2년간 뛰어난 클래스를 보여준 호잉의 방출은 다소 빨랐을지도 모른다. 타일러 모터처럼 사생활 결함을 노출했거나, 팀내 불화를 겪은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한화는 올시즌 10승32패로 순위표 맨 아래에 위치해있다. 팀 타율부터 홈런 타점 안타 OPS에 이르는 각종 공격 지표 역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희생플라이(4개) 역시 최하위일 만큼 짜내기에 적합한 팀 배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올시즌 규정 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 중 타율 최하위이자 유일한 1할 타자(1할9푼4리) 호잉이 있었다.
한화와 5위 KIA 타이거즈는 이미 13.5경기 차이다. 따라잡기 쉽지 않은 격차다. 하지만 한화는 프로 구단이다. 비록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팬들을 더이상 실망시킬 순 없었다. 그래서 사령탑을 교체했고, 11년차 원클럽맨이었던 이태양도 트레이드했다. 호잉 역시 쇄신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한화는 이미 호잉에게 지급된 115만 달러의 비용을 포기하더라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반즈는 지난해 트리플A 120경기에 출전, 121안타 30홈런 95타점 타율 2할5푼3리, OPS .824를 기록했다. 타율에서 드러나듯 정교한 타자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경기수 대비 높은 타점수는 베테랑답게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30홈런의 장타력은 올시즌 팀내 최다 홈런이 4개(노시환, 호잉)에 불과한 한화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반즈의 영입은 김태균과 이성열에 대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호잉과 더불어 한화 부동의 클린업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호잉보다는 낫지만, 김태균과 이성열 역시 2할대초반의 타율, 3할 안팎의 장타율로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앞서 영입된 노수광은 한화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노수광은 18일 한화에 합류한 이후 타율 4할1푼2리(17타수 7안타) OPS 0.915를 기록중이다. 같은 기간 출루율(1위 이용규 0.482, 노수광 0.444)을 제외한 공격 전부문에서 독보적 팀내 1위다.
하지만 노수광은 커리어 통산 홈런이 21개에 불과한 테이블 세터다. 출루한 노수광이나 이용규를 불러들일 타자가 필요했다. 노수광 이용규 정은원 이성열 등 팀내 주력 타자들이 대부분 왼손 타자인데다 김태균마저 부진한 지금, 클린업 트리오를 맡아줄 오른손 타자의 존재감도 절실했다.
반즈에게도 소중한 기회다. 코로나19로 인해 올시즌 뛸 곳이 없었다. 1986년생의 나이를 감안하면 마지막 반등의 기회다. 반즈는 빅리그 6시즌 통산 OPS가 0.647에 그칠 만큼 눈에 띄는 커리어를 남기지 못했다. 그런 반즈에게 한국행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반즈는 메디컬 테스트와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 7월 중순에야 선수단에 합류할 전망이다. 하지만 반즈의 영입 소식은 부진한 팀 성적에 숨죽이고 있던 한화 팬들의 열정에 불을 지른 분위기다. 호잉 방출의 충격으로 선수단 분위기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수와 달리 타자들은 자가 격리 후 경기 감각을 되찾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반즈가 로베르토 라모스(LG 트윈스)나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처럼 홈런을 펑펑 쳐줄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한화에겐 변화, 그 자체가 필요했다. 새 외국인 타자인 반즈가 다이너마이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 수 있을까.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