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불성실한 사전 인터뷰 자세가 도마에 올랐다.
허 감독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KIA 타이거즈와의 2020시즌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허 감독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KIA전 연패를 끊어내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셨냐"는 첫 질문에 허 감독은 "KIA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을 상대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 좀 더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가"란 질문에는 "장기 레이스다.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라인업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허 감독은 "홍보팀이 얘기해줄 것"이라며 불성실한 답변을 이어갔다.
허 감독의 표정부터 말투, 답변 자세까지 이상한 점이 감지되자 취재진이 "답변 좀 성의있게 부탁드린다"고 얘기하자 허 감독은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급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허 감독의 태도에 취재진도, 롯데 홍보팀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도 자신의 야구철학을 지키면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취재진에게 보여준 허 감독이었다. 그러나 이날 5분간의 사전 인터뷰에서의 허 감독의 모습은 뭔가 불만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허 감독의 심기가 불편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추측해볼 수 있었다. 단장-감독 불화설에 대한 보도였다. 지난 22일 성민규 단장과 함께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관전한 이석환 대표이사는 단장-감독 불화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인터뷰에서 이 대표이사는 마찰이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했지만, 단장과 감독의 알력 싸움으로 변질된 루머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이사는 어린 나이에 단장직을 맡았고 어느 감독이 와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허 감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의견이 충돌하는 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허 감독 입장에선 이 대표이사의 인터뷰에 불편함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단장과 감독의 마찰이 있더라도 외부로 드러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 팬심도 허 감독의 마음을 동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성 단장은 단장 부임 이후 FA 영입과 트레이드 등 강력한 추진력으로 지난 시즌 꼴찌였던 팀을 바꾸려고 노력한 모습이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춰졌다. 다만 현장에서의 판단미스로 승리를 날려버린 경우가 많다는 팬들의 비난에 허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고, 대표이사의 숨김없는 발언에 마음이 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부적인 문제는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 공식석상인 사전 인터뷰에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는 건 프로답지 않은 자세다. 초보 감독이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취재진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10연패에 빠졌던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그 이상 연패를 당했던 한용덕 전 감독도 사전 인터뷰에선 성실하게 임한 바 있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