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참이 너무 못해서 미안하다. 후배들한테 기대기만 하고. 속상해죽겠다."
217분의 혈전을 승리로 이끈 NC 다이노스 박석민의 첫 마디는 '미안하다'였다.
박석민은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에서 6대6으로 맞선 7회 2타점 결승타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박석민은 "고참으로서 후배들한테 미안하다"며 장탄식을 터뜨렸다.
"해도해도 너무 안 맞는다. 팀에 죄송하고,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야구 참 어렵다. 많이 어렵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야구다."
박석민은 이번주 5경기에서 타율 2할(10타수 2안타) 3타점 OPS 0.533에 그쳤다. 고비 때마다 박석민의 방망이는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팀내 타자들 중 가장 먼저 뛰쳐나와 토스 배팅을 하는 열의를 보인 결과 이틀 연속 적시타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헛스윙이 전화위복이 됐다. 7회 1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그가 헛치는 사이 공이 뒤로 빠지며 2, 3루가 됐다.
"타자 입장에선 2, 3루가 훨씬 편하다. 병살타 걱정이 없으니까. 1, 2루였으면 공을 굴리진 못했을 거다. 밀어친다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너무 못 치니까 그냥 '맞추자' 생각한게 성공이 됐다. 솔직히 재수가 좋았다."
박석민은 '어떻게 쳐야될지 모를 지경'이라며 잇따라 한숨을 토해냈다. 그가 분석한 부진의 이유는 '타이밍'이었다.
"스윙이 문제가 아니다. 타이밍이 늦어 투수와 싸울 준비를 못한다. 왼발을 딛기도 전에 공이 먼저 와있다. 죽어도 내 스윙을 하고 죽어야하는데, 자꾸 못하고 죽기만 하니 답답하다. 오늘도 결국 내 스윙은 한번도 못했다. 찬스가 나한테 엄청 왔는데, 타점 보면 한심하다. "
박석민은 전날 KBO 통산 34번째 2400루타를 달성했다. 통산 250홈런, 200사구에도 각각 1개씩을 남겨두고 있다. 클래스 있는 베테랑답게 스스로를 다잡고 반등을 다짐했다.
"내가 너무 못하니까 분위기를 띄우기도 좀 그랬는데, 이겨서 다행이다. 오늘을 계기로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