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너도, 나도 선발 체질?
두산 베어스의 행복한 고민이다. 대체 선발로 등판하는 투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20일 잠실 LG 트윈스전 선발 투수로 박종기를 택했다. 이번이 올 시즌 두번째 등판이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박종기는 4⅔이닝 3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3회말 최재훈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5회말 제구가 흔들리면서 패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에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LG를 상대로 한 박종기는 데뷔 이후 최고의 1군 무대 투구를 펼쳤다. 6이닝동안 4안타 3탈삼진 무실점. 특히 볼넷과 사구가 '0'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2회말 선두타자 로베르토 라모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후 박용택-오지환-정주현을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폭투가 나오면서 주자가 2루까지 가는 등 흔들릴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나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선두타자 피안타 이후 병살타로 흐름을 끊는데 성공했고, 4회 1사 1,3루에서도 박용택과 오지환을 뜬공과 땅볼로 잡아냈다. 2~4회 주자 출루 위기를 넘긴 박종기는 5~6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순조롭게 끝낼 수 있었다. LG 타선을 '완전 봉쇄' 해낸 박종기는 이날 프로 데뷔 첫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2013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한 후 7년만에 거둔 승리다.
박종기는 두산 선발 로테이션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2군에서 올라올 수 있는 대체 후보 1순위로 꼽혔다. 퓨처스리그를 꾸준히 뛰면서 선발 수업을 착실하게 받고, 제구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두산은 대체 선발에 있어 연속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초반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사실상 남은 경기는 5선발 오디션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예상보다도 결과가 좋다. '롱릴리프'인 최원준은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를 챙겼고, 박종기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선발진 자체에 한층 안정이 생겼다.
사실 호시탐탐 선발 진입 기회를 노리는 투수들은 여럿이다. 박종기와 최원준도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고, 2군에서도 다음 등판 기회를 잡으려는 좋은 자원들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또다른 롱릴리프 홍건희 역시 잠재적 선발 후보로 점찍어놨다. 지금은 불펜 상황상 중간에 나오고 있지만, 선발이 무너졌을때 허리를 이어질 후보 1순위다. 홍건희는 선발 경험도 많은 편이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대체 선발 투수들이 나올 때마다 호투를 해주면, 벤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고정 선발 투수들의 활약보다도 계산하지 못한 긍정적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