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전지훈련 때 왜 못봤을까. 나에게 화가 많이 났다."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이 대체 선발 조영건에 대해 얘기하는 도중 조영건의 좋지 않은 버릇을 빨리 잡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자책을 했다.
조영건은 외국인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대체 선발로 뛰고 있다. 20일 고척 SK 와이번스전이 4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첫 등판이었던 3일 대전 한화전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이후 3번의 등판에서는 모두 4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20일 SK전서도 2-2 동점이던 4회초 2사 1,2루서 임규빈으로 교체되며 3⅔이닝 7안타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손 감독은 "최 정이 전 타석에서 조영건을 상대로 좋은 타구를 쳐서 바꾸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점수를 주더라도 맡겨 놓아야 하는지, 아니면 맞기 전에 바꾸는 게 좋은지 항상 고민이다"라고 했다.
조영건의 경우 던질 때 디딤발인 오른발을 한번 들었다가 투구판을 밟고 던지는 버릇이 있다. 디딤발을 놓는 곳이 일정하면 문제가 없는데 일정하지 않은 것이 조영건의 피칭에도 좋지 않다고 판단한 손 감독은 곧바로 조영건이 디딤발을 투구판에 붙인채 피칭을 하도록 바꾸게 했다. 손 감독은 "디딤발이 같은 자리에 떨어지면 괜찮은데 조금씩 달랐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내딛는 왼발도 다른 곳에 내딛게 되고 일정한 피칭이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예전에 톰 글래빈이 연습 피칭을 한 뒤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딛는 발이 어떤지 본 적이 있다. 정확히 8개의 스파이크가 한 곳에만 찍혀 있었다. 그래서 정확한 제구력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손 감독은 "경기를 할 때 그것을 보고 내가 왜 전지훈련 때 보지 못했는지 화가 났다"라고 했다. 일찍 알았다면 빨리 고쳐서 안정적인 투구폼으로 시즌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뜻.
손 감독은 조영건이 이를 수용하고 실전 피칭에서 이를 신경쓰고 던지고 있다는 점을 기특하게 여겼다. "지금 오른발을 붙이고 던지고 있는데 그러면서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 끝나고 영상을 보여주니 바로 수용하고 고치겠다고 하더라"는 손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구속이 빠르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것 같은데 조영건이 발을 높이 들어서 던지는 스타일인데 구속이 가장 빠를 땐 주자가 있을 때 셋포지션으로 던질 때다. 그땐 발을 많이 올리지 않을 때니 구속에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조영건이 5이닝 이상을 책임지지 못함에도 손 감독은 브리검이 오기전까지 당분간 계속 조영건을 선발로 낼 뜻을 밝혔다. 손 감독은 "윤정현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윤정현이 롱릴리프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면서 "조영건이 나온 경기 결과가 나쁘지 않기도 하다"라고 했다. 조영건이 나온 4경기서 키움이 3승1패를 기록했다. 조영건이 선발로서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지는 못했지만 팀과의 궁합이 잘 맞는 편이라 할 수 있을 듯.
키움은 브리검이 7월 10일 이후에나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4차례 정도 국내 투수에게 선발 기회가 있다. 아직은 조영건이 선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