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장타력과 컨택트, 둘다 갖고 있으면 가장 좋다. 이정후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다."
벌써 작년 홈런 개수를 다 채웠다. 장타율은 2할 가까이 치솟았다. 작년에도 충분히 좋은 타자였지만, 더 무서운 타자가 됐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얘기다.
이정후는 지난 겨울 체중 93㎏이 목표라며 '벌크업'을 선언했다. 풀시즌 소화를 위한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올시즌 이정후의 벌크업은 장타력 향상으로 연결된 모양새다. 지난해 대비 타격 전 부문 기록이 향상되긴 했지만, 출루율은 타율이 오른 덕이 크다. 하지만 1할7푼8리가 치솟은 장타율이 단연 돋보인다. 그 결과 OPS(출루율+장타율)도 0.238이 향상됐다. 아직 팀당 36~37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굉장한 성장세다. 전날 롯데 전에서도 끝내기 안타 포함 4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손혁 키움 감독은 "이정후의 시도는 좋게 본다. 장타력까지 갖추면 더 좋은 타자가 된다. 첫째로는 그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 셈이고, 만약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경험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갔더니 나(1m86)보다 키가 작은 선수는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 밖에 없는 것 같더라. 물론 알투베의 몸통은 내 두 배였다"면서 "좋은 몸(피지컬)을 갖추고 있으면, 기술은 연습으로 따라갈 수 있다. 겨우내 몸을 키워서 지금처럼 장타력을 늘린 이정후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타이거 우즈의 폼을 따라하고 싶어하지만 우즈 같은 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정후는 올시즌 3번타자에 전념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1, 2번 타순은 드물다. 손 감독은 "어떻게 수비 없는 곳으로만 골라서 치는지, 스윙이나 파울 없이 볼을 골라내는지 참 신기하다. 동체 시력이 참 좋은 것 같다"고 솔직한 감탄을 표했다. 타순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워낙 잘 치고 있어서 감독으로서 욕심이 난다"면서도 "지금 김혜성 김하성도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고, 지금 이정후가 잘하고 있으니까(바꾸기 쉽지 않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